대규모 지진 때 공적 지원...높은 보험료 안 내도 정부가 보상

[보험매일=위아람 기자] 지진이 빈발하는 일본 내 기업의 지진보험 가입률이 의외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지진대국 일본기업의 지진보험 가입률이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기업의 지진보험 가입률은 10%대로, 물건 평가액수 기준으로도 30% 정도에 머물고 있다. 대신 현금과 예금 보유로 대비하는 기업이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도 대지진이 발생했다. 하지만 두 지진에 의한 경제손실이 얼마나 보험으로 보상됐는지를 나타내는 보상비율에는 큰 차이가 있다.

동일본대지진의 지진보험에 의한 보상비율은 17%(기업·가계 합계)였고, 크라이스트처치는 75%였다. 동일본대지진은 쓰나미 피해가 컸다고 해도, 지진 대비에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스위스재보험이 자연재해에 따른 상정손실을 추산한 결과도 일본은 무보험 부문이 연간 279억 달러(약 32조8천억 원)에 달했다. 일본 국내총생산(GDP) 기준 0.63%로 세계 주요국 가운데 두 번째 높다.

일본의 지진보험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보험사들과 보험상품 구매자 양쪽에 지진보험 시장 확대를 막는 행동 원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손해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위험을 떠안는 재보험업계에서 일본의 지진은 미국의 허리케인이나 유럽의 겨울 폭풍 등에 버금가는 '5대 위험'으로 손꼽으며 상품 개발을 꺼린다.

보험사들이 아예 지진보험 계약 건수 자체를 억제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위험과 보험료의 균형을 중시하는 해외의 보험회사와의 차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거래처가 아니면 견적조차 제시하지 않는 보험사도 많다. 이익률이 낮은 지진보험을 억지로 파는 것보다 책임보험이나 사이버보험 등 벌이가 좋은 새로운 보험상품에 주력한다.

가입하는 기업 측에도 원인은 있다. 지진보험료는 화재보험료의 몇 배에서 몇십 배다. 리스크에 비춰보면 적정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본기업에는 리스크 관리 책임자를 두지 않은 곳도 많다.

보험업계는 "지진보험을 멀리하는 경향이 해외보다 분명히 강하다"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보험회사들이 옛 재벌그룹 등과의 주식 교차소유를 지렛대로 활용, 계약을 맺어왔다는 비판도 있다. 계열사를 우선하는 일본적 관행이 외국자본의 보험회사 참여를 어렵게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보험사들의 상품 개발이나 영업 능력이 제대로 발달할 수 없다. AIG 등 세계적인 보험회사들로 구성되는 외국손해보험협회도 일본시장에 대해 진출 장벽이 높다며 불만을 드러낸다.

일본기업들은 재해손실을 과소평가, 보유자금으로 지진 등 재해에 대비하는 풍토까지 있다. 이에 일본 내각부는 9월 기업의 재해에 대한 재무적 대비를 충실하게 하기 위한 전문가모임을 설치했다.

기업들이 과도한 현금·예금을 보유하면 투자나 주주환원 등 자본효율이 하락하기 쉽다. 도요타자동차는 4조 엔의 예금 등 자금을 보유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지진 등 재해에 대한 대비를 꼽았다.

지진보험이 빈약한 것은 조성금이나 공적 융자 등 지원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에는 거대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여러 공적지원이 있다. 높은 보험료를 안 내도 정부가 상당 부분 보상해주는 풍토다.

한편 한국의 지진과 태풍, 홍수, 강풍, 풍랑, 대설 등 풍수해시 주택과 온실 피해를 보상해주는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2011년부터 5년간 연평균 주택은 17.6%, 온실은 2.48%다. 한국 화재보험의 지진담보특약 가입률은 0.14%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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