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물품 보관 중 소실…대법, 보험금 전액 '대상청구권' 인정

[보험매일=이흔 기자]  물건을 판 사람이 아직 넘기지 않고 보관하던 물건이 불에 타버렸다면 이로 인해 받은 화재보험금 전부를 물건을 산 사람에게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냉동 닭고기 유통회사인 G사가 농협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농협은 화재보험금 중 매매대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G사에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깨고 "수령한 화재보험금 전액을 주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매매 목적물이 화재로 소실돼 매도인이 받게 되는 화재보험금에 대해 매수인의 대상청구권이 인정된 이상 매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화재보험금 전부에 대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손해배상액이) 매수인이 지급했거나 지급하기로 한 매매대금 상당액의 한도 내로 범위가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상청구권이란 채무의 내용인 물건이 불에 타 없어지는 등의 이유로 더는 채무이행이 불가능한 경우 채무자가 물건 대신 얻은 보험금 등의 이익을 채권자가 자신에게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다만, 대상청구권이 인정된 경우에도 채권자는 채무자가 물건 대신 얻은 이익 전부를 달라고 할 수 있는지, 물건의 매매대금 만큼만 달라고 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번 판결은 불에 탄 매매 물건의 화재보험금을 놓고 대상청구권을 주장할 때 그 대상 범위는 매매대금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화재보험금 전액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G사는 2008년 농협에서 냉동 닭고기 309만㎏을 사기로 하고 43억2천303만원을 지급했다. 농협은 축산농가 등으로부터 닭고기를 수매해 창고에 보관하다가 G사가 원할 때마다 원하는 물량만큼 출고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2008년 12월 창고에 불이 나 보관 중이던 닭고기 12만633㎏이 타버렸다. 이 화재로 농협은 화재보험금 총 2억9천13만원을 받았다.

이후 농협이 G사에 출고 대기 중이던 닭고기 5만8천123㎏에 대한 보상금 1억1천915만원만 지급하자 G사는 화재보험금 전액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출고 대기 물량이 아닌 닭고기는 아직 매매 목적물로 특정됐다고 할 수 없어 대상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농협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농협이 보관하던 닭고기 전부가 G사에 이미 판 물건이므로 불에 탄 닭고기 전부에 대상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손해배상 범위는 "G사가 농협에 지급한 매매대금 상당액"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 "대상청구권이 인정된 이상 화재보험금 전액을 G사에 지급하라"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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