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이흔 기자] 근무 중 오른손을 크게 다쳐 극심한 통증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로자의 가족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숨진 근로자 A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2009년부터 경기 안산의 금속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4년 3월 그라인딩 기계를 청소하다가 오른손이 롤러에 말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씨는 근육파열, 심한 탈피성 압궤손상 등 부상을 입고 근로복지공단에서 요양 승인을 받았다. 

병원을 옮겨 다니며 손을 치료받던 A씨는 성격이 예민해지고 심한 통증을 호소하다가 같은 해 10월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A씨가 재해로 입은 부상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15년 1월 'A씨가 정신과적 진료를 받지 않았고 정신적 이상 상태에 있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른 경우는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 다만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 또는 정신적 이상 상태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경우는 예외로 한다.

유족이 공단의 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재판부는 "A씨가 계속된 수술과 치료 때문에 고통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심신 상실이나 정신착란 또는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숨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숨질 무렵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정신의학과 감정의의 소견이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A씨가 숨질 무렵 비정상적 언행을 했다거나 정신과적 증상과 관련해 치료를 받았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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