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전력 직원 출동요원·보상과 재취업…"선량한 가입자만 손해 본다"

[보험매일=이흔 기자] 폭력조직 조직원인 최모(41)씨는 2012년 12월 고급 외제차를 타고 가다가 단독사고를 냈다.

자신이 공업사를 운영하던 최씨는 보험사 보상과와 합의해 미수선수리비(보험사와 운전자가 협의해 수리비를 책정, 수령하는 수리비) 2천여만원을 받았다.

최씨는 차량을 수리하지 않고 이틀 뒤 다시 대형 사고를 냈고, 차를 폐차하는 대신 보험사와 합의해 8천여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사흘새 최씨가 받은 보험금은 1억원에 달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미심쩍긴 이 사례는 보험사기로 적발됐다.

최씨가 '쉽게' 보험금을 타낼 수 있었던 것은 공업사와 보험사 사고처리 현장출동요원, 보상과로 이어지는 '커넥션'이 있어서 가능했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0일 최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보험금을 타낸 공업사 대표 8명, 영업상무 13명, 보험사 현장출동요원 7명 등을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보험 처리 절차에 해박한 지식과 허점을 노려 보험금을 20억여원 타냈다.

이런 범죄가 가능했던 것은 공업사 영업상무를 하면서 보험사 현장출동요원으로 일하는 '기이한' 신분을 가진 보험사 직원들과 보험금 책정에 편의를 봐주고 리베이트를 받는 보상과 직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과거 전과를 보면 더 전적이 화려하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현장출동요원과 보상과 직원 중에는 보험사기 전과가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이전 보험회사에서 보험사기로 해직된 뒤 다른 보험회사에 버젓이 입사해 업무를 수행했다.

이 중 2명은 과도한 보험금 지급 등으로 보험사의 감사를 받자 스스로 사직하기도 했다.

보험사기 커넥션을 구성한 이들의 범행은 갈수록 과감해졌다.

2012년 8월 군산에 4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자 고급 외제차의 엔진에 물을 부어 수해를 입은 것처럼 보험금을 타냈다. 이렇게 타낸 보험금만 13대 차량에 5억7천만원에 달했다.

경찰 조사로 드러난 사고 외에도 이런 형태의 보험 사기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실제 이번 사건의 조사 대상인 공업사가 있는 군산 지역은 수사가 시작된 뒤로 교통사고 건수가 급격히 줄었다.

김현익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한 사람이 보험사 직원이자 공업사 직원으로 일하는 기이한 고용 형태가 보험 사기가 더 쉽게 이뤄지는 원인이 된다"며 "이런 커넥션으로 인해 보험사기가 늘어나면 다른 가입자들의 보험금이 올라가는 등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선량한 운전자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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