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이흔 기자] 중국에서 은퇴자를 위한 연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른바 '연금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세가 주춤하고 오랜 한 자녀 정책으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은퇴자들이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금위기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중국의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 불리는 북동부 지역이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중국철도 총공사 소속 엔지니어로 일하는 자오중하오(54)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원래는 시스템이 나를 돌봐줬다"면서도 이제는 연금이 깎일 걱정 때문에 대비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오는 회사가 보낸 공문에 따르면 자신이 10여 년간 매달 2.8위안을 납부했다고 하지만, 급여 명세서에 따르면 이의 두 배를 지불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의 논리대로라면 자오의 연금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15% 적게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연금위기가 대두하기 시작한 것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부터다.

중국철도공사는 2002년 이후로 직원 40만 명을 감원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철도 총공사처럼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기업은 '철밥통'이며 정년이 보장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깨진 셈이다.

그는 "이는 신뢰에 금이 가는 일"이라며 "만약 1960∼1970년대 철도 노동자로 일했던 아버지가 이 이야기를 들으신다면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하얼빈(哈爾濱)에서 철도 노동자와 은퇴자 1천여 명이 연금과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한 자녀 정책을 고수하면서 노령층을 부양할 젊은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현재는 65세 이상 노인 한 명을 7명의 노동자가 부양하는 구조지만, 2050년이면 2명이 부양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뀔 전망이다.

정부가 한 자녀 정책을 폐지했지만 당장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와 관련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3월 국가연금이 지난해 503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며 "정부가 국민에게 연금 지급을 약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가연금도 당장 7년 뒤부터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싱크탱크 중국사회과학원은 2023년이면 중국 국가연금에 적자가 발생하고 2050년이면 적자 규모가 118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지방정부마다 사정이 천차만별이다.

남부 광둥(廣東)성 지방정부는 50개월 치 연금을 비축하고 있지만, 북동부의 헤이룽장(黑龍江)성의 겨우 단 한 달 지급할 분량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사회보장 시스템처럼 지방별 기금을 한데 모으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부유한 지방 정부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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