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험업계의 `2차 외국보험사 인수전' 개막

[보험매일=이흔 기자] 일본 손보사인 손보재팬일본흥아가 뉴욕 증시 상장업체인 기업보험업계의 큰손 인듀어런스 스페셜티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액은 65억 달러(약 7조2천540억 원)로 전해졌다.

5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양사의 인수협상이 최종단계에 와 있으며 빠르면 이날 중 공식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인듀어런스 스페셜티 홀딩스도 4일 손보재팬일본흥아의 지주회사인 손보홀딩스와의 "전략상 중요한 협상이 최종단계에 와 있다"고 발표했다. 손보홀딩스의 인수소식이 전해진 이 날 인듀어런스 주가는 35% 올랐다.

손보재팬일본흥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엔화강세를 등에 업고 외국 대형 보험사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인구감소와 마이너스 금리로 국내 경영환경이 어려워지자 해외시장에서 성장 발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인듀어런스 스페셜티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지만, 등기상 본사는 영국령 버뮤다에 두고 있다. 버뮤다의 회사법은 주식공개매수(TOB)를 하지 않고도 모든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인수절차가 연내에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금액 65억 달러는 일본 손보사의 외국 손보사 인수금액으로는 도쿄(東京)해상일동화재보험의 미국 HCC인슈런스 인수(75억 달러)에 이어 역대 2위 규모다.

인듀어런스의 총자산은 148억 달러(16조5천168억 원)에 달한다.

2015년 보험료 수입은 33억 달러(약 3조6천828억 원), 순이익은 3.4억 달러(약 3천794억 원) 였다. 영국 로이드 보험시장과 스위스, 싱가포르에도 거점을 두고 있지만, 미국이 주력 시장이다.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보험과 배상책임보험, 농가의 작황 부진을 보상하는 농작물보험 등 새로운 성장분야의 기업대상 보험에 강하다.

손보홀딩스가 인듀어런스 인수에 나선 것은 일본의 인구감소와 마이너스 금리 등 국내 보험시장 위축 우려 외에 이 회사가 자사가 약한 임원배상책임보험 등 '특수(스페셜티)보험'으로 불리는 전문성이 높은 분야에 특히 강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듀어런스의 상품개발력과 위험관리 노하우를 흡수하면 시장개척 여지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보험업계는 손보홀딩스의 이번 인수를 작년에 있었던 일본 손해보험업계의 1차 외국 손보사 인수붐에 이은 2차 인수전의 개막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본 보험업계에서는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이 작년 6월 미국 HCC인슈런스 홀딩스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 스미토모생명보험, 미쓰이쓰미토모해상화재보험 등이 잇따라 4천억엔(약 4조3천억 원)~6천억엔 규모의 외국 보험사 인수에 나섰었다.

올해 2월 마이너스금리 도입으로 국내 영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 보험업계의 외국 보험사 인수를 부추기고 있다. 도쿄해상은 대형 보험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이달 들어 적립식 상해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미쓰이스미토모해상도 내년 4월부터 적립식 화재보험 판매를 일부 중단할 방침이다. 모두 계약자에게 일정한 이자를 보장해주는 상품이어서 현재의 금리 수준에서는 맡은 보험료를 운용해 약속한 금리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외국기업 인수를 추진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손보홀딩스의 인듀어런스 스페셜티 인수로 일본보험업계의 외국 손보사 인수 제2막이 올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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