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액 < 환급금…더 가액 높은 기준 삼는 게 공평과세"…'편법 상속' 제동

[보험매일=진준영 기자] 보험료를 다 지급한 연금보험을 상속·증여받은 경우 세금은 계약을 철회·해지할 때 받는 환급금을 기준으로 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통상 연금보험으로 장래에 받을 연금은 보험을 철회·해지해 받는 환급금보다 적다. 이 때문에 연금보험을 상속·증여받고서 연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낸 후 계약을 철회·해지하면 연금액과 환급금의차액만큼 세금을 덜 내게 된다.

이번 판결은 이런 차이를 악용해 연금보험을 편법 상속·증여 수단으로 삼는 사례를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5일 아버지가 든 연금보험 권리를 상속받은 소모씨 형제가 서울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보험 환급금을 상속재산으로 봐 상속세를 산정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연금보험 계약자는 연금 지급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려서 연금을 받거나 청약을 철회해 이미 낸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철회 기간이 지난 경우 계약을 해지하고 수수료를 뗀 환급금을 받을 수도 있다.
재판에서는 상속세를 낼 때 연금을 기준으로 할지, 청약 철회나 해지로 받을 환급금을 기준으로 할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환급금을 기준으로 삼아야 공평과세 원칙에 맞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연금보험 계약으로 발생하는 연금 수급권 등 여러 권리는 시가를 곧바로 산정할 수 없는 반면, 계약을 해지하거나 청약을 철회해 받는 환급금은 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러 권리 중 가액이 가장 높은 환급금이 상속재산의 재산적 가치에 가장 부합한다"고 밝혔다.

다만, 상속 시점에 철회가 가능하면 돌려받을 보험료를, 해지만 가능하면 환급금을 기준으로 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소씨 형제의 아버지는 2012년 5월 30일부터 6월 5일까지 두 아들을 피보험자로 연금보험 4개에 가입하고 보험료 20억4천만원을 냈다. 같은 달 18일 부친이 숨지자 아들들이 연금보험 권리를 상속했다.

이들 형제는 장차 받게 될 연금 14억6천622만원을 상속재산으로 보고, 다른 상속재산과 합쳐 총 215억115만원을 기준으로 43억6천604만원의 상속세를 냈다.

하지만 세무서는 아버지가 낸 보험료 20억4천만원도 상속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상속세 5억4천78만원을 추가 부과했고, 이에 형제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연금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담한 후 보험계약을 철회하거나 해지해 환급금을 받으면 그 차이만큼 상속세를 절감하는 결과가 발생해 공평과세에 반한다"며 환급금 기준으로 세금을 내라고 했다. 다만, 청약 철회 기간을 기준으로 납입 보험료나 약관에 따른 해지 환급금으로 구분해야 한다며 추가 상속세를 5억2천935만원으로 정정했다.

2심은 청약 철회 기간에 상관없이 납입 보험료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과세관청이 항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1심의 판단이 옳다면서도 1·2심의 결과가 같다는 이유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연금보험의 증여세 산정방식에도 상속세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같은 날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어머니에게서 연금보험 권리를 증여받은 이모씨 형제가 서울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증여세도 해지 환급금을 기준으로 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보험료가 완납된 채로 상속이나 증여된 연금보험의 권리에 대한 재산가액 평가 기준을 선언해 하급심의 혼란을 정리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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