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검사' 변화 이후 이의제기·줄소송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금융시장에서 '신상필벌의 원칙'을 확립하겠다." 

"사안에 따라 과감하게 환부를 도려내는 외과 전문의 역할을 금융감독원이 해야 한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9일 열린 금감원 간부회의에서 쏟아낸 말이다.

이날 회의에서 진 원장은 금융사고를 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금융회사들의 행위, 여러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하는 위법행위를 철저히 검사하고 제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번 물면 끝을 본다는 '진돗개식 끝장 검사'의 폐해를 인정하고 검사 방식을 바꾼 금감원이 1년 6개월 만에 '신상필벌'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가 뭘까.

금감원은 지난해 '금융감독 쇄신 및 운영 방향'을 발표하며 16년간 이어져 온 금융감독 관행에 일대 변화를 줬다.

기존의 금융회사 검사·감독 관행이 '당장 지적 사항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보신주의적 행태로 이어져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의 경영 상황을 진단한 뒤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는 '컨설팅 검사'를 활성화하고, 경미한 위반 행위는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금융감독 당국의 존재감이 약화 됐다거나, 검사 강도가 약해 금융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감원 제재를 받은 이후 바로 이의를 신청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금융회사도 줄을 이었다.

금감원이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고객과 약속한 자살보험금은 지급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삼성·교보·한화 등 생명보험 '빅3'를 비롯한 7개사가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고 버티고 있다.

진 원장은 "자율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일부 금융회사가 금감원 검사 자체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비난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좋은 의도로 '자율권'을 줬지만 '약발'이 시원치 않았던 셈이다.

진 원장은 간부회의에서 "검사·제재 방식을 개혁한 목적은 비합리적 절차를 개선해 금융회사의 부담을 완화하고 검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며 "금감원의 정당한 검사를 무조건 축소하거나 느슨하게 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담·치료를 통해 금융회사의 자생력을 높이되, 금감원이 사안의 경중에 따라 과감히 환부를 도려내는 외과 전문의 역할을 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진 원장은 사안에 따른 '엄중한 제재'를 요구하면서 이숨투자자문을 예로 들었다.

금감원은 지난달 25일 1천300억원대 투자사기 사건에 연루된 이숨투자자문에 대해 기관 등록 취소와 과태료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대표이사와 마케팅본부장에 대해선 해임을 요구했다.

이숨투자자문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형사 사건을 맡아 부당한 변론을 한 혐의로 구속된 최유정 변호사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주고 변론을 맡긴 사실이 드러나 이목을 끈 회사다.

금융회사들의 위법행위가 중대할 경우 등록 취소 등의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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