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이흔 기자] 국내 토종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매물로 내놓은 ING생명 매각작업이 지연되면서 아예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매각 측이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공식 부인했던 '사드(THAAD) 연관설'이 다시 고개를 드는 등 시장에서는 이런저런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18일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중국태평(차이나 타이핑)보험, 푸싱(Fosun)그룹, 홍콩 사모펀드인 JD캐피탈 등 중국계 인수후보들과 ING생명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실사를 마친 다수의 후보군과 프로그레시브 딜(경매 호가 입찰) 방식으로 개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협상이 1∼2개월 정도 이어져 가을 이후에는 매수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협상이 장기화하는 배경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제기된 사드 연관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외국계 인수후보 측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드 연관설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반발하는 중국 정부의 뜻에 따라 중국계 인수후보들이 발을 빼는 상황을 거론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6일 중국계 인수후보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자국 정부의 지지 없이는 거래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MBK파트너스 측이 매각 계획을 보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MBK파트너스는 재차 부인하고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사드 연관설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A 거래에서 프로그레시브 딜은 2주 안에 결론을 내는 게 보통"이라며 "아무리 통역에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협상이 1∼2개월 걸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소식통은 "ING생명 매각 협상에서 중국계 인수후보들이 사드 문제 때문에 협상을 끄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사드 문제가 ING생명 매각 협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현재 본 실사를 진행 중인 할리스커피(할리스F&B) 매각 측의 한 관계자도 "일부 중국계 인수후보가 사드 문제를 거론하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12월 1조8천억원에 ING생명 지분 100%를 인수해 그동안 회사가치를 키워 왔다.
MBK파트너스는 보유 지분 전량을 최소 3조원 이상에 매각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금 확충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생명보험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3조원대 매각가는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M&A 시장에서 중국계 인수후보들이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사드 문제를 앞세우려는 유인은 충분히 있다"면서도 "결국 협상에서는 가격 등 본질적인 요소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