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 사측, 노조에 정리해고 통보…노조 "파업 불사"

명예퇴직 실시해 인건비 200억원 감축…단체협약 조정 놓고 노사 대립

[보험매일=이흔 기자]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중국 안방보험으로의 인수합병을 성공시키기 위한 '사전 자구조건'을 이행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가 자구안 이행을 두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어 매각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알리안츠생명 사측은 지난 6일 노동조합을 상대로 100명의 정리해고 협의를 통보했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4월 중국 안방보험이 독일 알리안츠그룹과 한국법인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요구한 합의사항을 이행 중에 있다.

그러나 노사 협상 과정에서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하면서 300억원의 인건비를 줄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알리안츠생명은 약 200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퇴직금누진제 폐지와 법 기준(25일)에 맞춘 연차휴가 한도 설정 등 단체협약을 조정해 조건을 충족시킬 계획을 세웠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5월 단행한 명예퇴직으로 206명의 직원이 퇴사함으로써 약 2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했다.

그러나 나머지 100억원의 자구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단체협약 조정에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 사측은 단협 조정 조건으로 퇴직금누진제 폐지 보상금 3.5년치, 연차휴가 보상금 감소분 3년치, 올해 성과보너스와 동일한 액수의 매각 위로금 등을 지급하고 2년 간 고용안정을 약속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2014년 퇴직금누진제를 완화하면서 3.5년치의 보상금을 한 차례 지급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는 퇴직금 누진제 폐지 보상금 7년치와 5년간의 고용안정 협약을 요구하며 8월 이후 진행된 5차례 교섭에서 사측과 평행선을 달렸다.

문제는 노사 대립이 이어지는 동안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안방보험은 10월 말까지는 계약 당시 요구한 자구안을 이행해야 정상적으로 인수를 마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를 포기할 경우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떼이게 되지만, 향후 발생할 적자에 대한 우려로 300만 달러(약 35억원)에 불과한 '헐값 인수'를 한 터라 미련 없이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은 2012년 320억원, 2013년 510억원, 2015년 8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앞으로도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결국 알리안츠생명 사측은 지난 6일 노조에 정리해고 통보를 하기에 이르렀다.

현행법상 정리해고를 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과 해고 회피 노력 등을 입증하고, 정리해고 50일 전에 노조 측에 사전 통보를 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도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안츠생명 노조는 "당사자와는 협의도 없이 매각계약에 노동조건 개악을 포함시키고 끝까지 경영실패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안방보험이 신청해 진행 중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몇 년간 누적된 적자로 회사가 매각되는 상황"이라며 "알리안츠생명의 안방보험 매각이 무산되면 결국 소수의 계약관리 인력만을 남겨둔 채 폐업에 이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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