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입원치료 기준 명확하지 않는 약관, 보험사 책임 크다"

[보험매일=이흔 기자] A(58)씨는 2004년 모 보험사와 2건의 종신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이 보험계약에 따르면 질병 및 재해로 4일 이상 입원하면 120일까지 최소 1만원에서 최대 21만원(간질환)까지 입원금을 받을 수 있다. 

A씨는 2008년 알콜성간염 진단을 받아 22일간 병원에 입원하고 보험금을 청구해 460만원을 받았다.
 

이후 2013년까지 알콜성 간염과 위염, 지방간, 고지혈증 등으로 15회 입원 치료를 받고 총 4천80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보험사는 고객 보험금 지급내역을 전수 조사하던 중 A씨의 입원 치료가 허위라고 판단했다.
지방간, 고지혈증 등은 입원 치료가 아닌 식이조절, 경구용 약물 등을 통한 통원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판단한 것이다.

보험사는 A씨가 통원 치료가 가능한데도 입원 치료를 해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했다며 수사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A씨는 허위 입원으로 부당하게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허위 입원 사실이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A씨는 "알콜성간염, 고혈압, 고지혈증 등 증세가 중하고 의사의 권유와 지시에 따라 병원에서 입원 치료했다"며 허위 입원이 아니라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김영식)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 A씨가 보험에 가입하고 4년 뒤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 사기 의도가 보이지 않고 ▲ 간질환, 고혈압 등으로 7회 입원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점 ▲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는 담당 의사 진술 등을 근거로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고 봤다.

또 보험 약관에 입원 치료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지 않은 보험사의 과실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가입한 보험상품 약관에는 입원치료를 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한 아무런 기준이 없다"면서 "보험사는 약관에서 위험요소를 구체적으로 규정해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보험 사기)를 사전에 막아야 하는데도 우선 가입자를 늘릴 의도로 입원치료에 대한 규정을 전혀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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