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환수 규정 빌미 판매책임 떠넘겨…보험사‧GA에 구조적으로 ‘종속’

무한경쟁에 내몰린 보험설계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수료 규정에 매여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근로기준법의 사각 지대에 위치해있는 설계사 수는 40만 명에 달한다. 이에 국내 설계사채널의 비정상적인 운용방식을 진단한다.<편집자 주>

[보험매일=방영석기자] 보험설계사는 보험사와 GA(보험대리점)의 ‘수수료환수 규정’을 설계사 감소와 영업력 악화를 불러온 대표적인 ‘악습’으로 꼽는다.

보험사와 GA가 일부 설계사의 보험료 먹튀와 적응 실패에 대비해 마련된 수수료환수 규정을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설계사의 처지를 악용해, 일방적으로 설계사에게 불리한 규정을 강요하는데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 ‘수수료’ 목줄매인 설계사 불만 표출은 ‘언감생심’
보험설계사는 모집보험계약에 따라 모집수수료와 계약을 유지하는데 따른 유지수수료를 급여로 지급 받는다.

각 보험사와 GA의 수수료 규정이 제각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수입을 특정 짓기는 쉽지 않지만, 보험사의 경우 평균적으로 초회보험료의 500~600%를 지급하고 있다.

GA의 경우 보험사로부터 초회보험료의 600~700%를 수수료로 지급받은 이후 사업비 등을 제한 뒤 보험사 대비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보험설계사 대다수는 지인영업 이후 발굴영업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모집계약수가 적고 이는 자연스럽게 수입인 수수료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 보험사와 GA는 설계사 모집을 위해 일정 기간 모집계약과 무관하게 100만원 가량의 수수료를 보장하고 있으나, 이는 초보 설계사의 생계유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와 GA 모두 자체적으로 위탁계약 체결 시점부터 ‘수수료 환수 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에 적응기간이 끝난 이후 실적이 저조한 설계사는 계약 해지는 물론 지급했던 지원금도 모두 환수해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험사와 GA가 이 같은 위탁계약을 통해 해촉된 설계사들의 정착지원금은 물론 이들이 모집해 유지‧관리되고 있는 계약에 대한 유지수수료까지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대다수 보험사와 GA는 해촉 설계사가 모집한 보험계약을 타 설계사에게 이관시킨 뒤 유지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으나 일부 업체는 유지수수료의 일부만을 지급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국정감사 결과 PCA생명(1개월분)과 메트라이프생명(50%지급/수금자에게 50%지급), 알리안츠생명(1개월분) 등 3개 생보사와, MG손보와(부지급수금자에게 100%지급) 흥국화재(부지급/수금자에게 지급) 등 2개 손보사는 해촉설계사에게 모집수수료조차 지급하지 않거나 일부만 지급하고 있었다.

유지수수료분야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전체 보험사 중 유지수수료를 계약을 모집한 해촉 설계사에게 지급했던 보험사는 에이스화재 단 1개사에 불과했다.

설계사들은 이 같은 수수료 지급의 근거가 되는 위탁계약서 체결 자체에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설계사들이 위탁계약서의 내용에 대해 명확히 설명을 받지 못하거나 강압적인 사내 분위기 속에서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설계사단체를 중심으로 보험사의 위탁계약 과정과 수수료 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법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대형 GA에서 해촉된 뒤 이직한 설계사 A씨는 “일부 GA의 경우 위탁계약서 갱신을 거부할 경우 신계약 모집 활동을 방해하거나 암묵적인 압박을 통해 퇴사를 유도했다”며 “150만원 가량의 수수료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설계사들은 회사의 불합리한 결정에도 쉽사리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물어가는 설계사채널 ‘미래가 없다’
설계사채널의 판매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20%대에 불과하다. 20여만 명이 근무하는 방카슈랑스채널의 판매 비중이 60%를 넘어선다는 점을 고려할 때 40만 명의 설계사를 보유한 설계사채널의 영업력은 그다지 높지 않은 수준이다.

설계사 숫자 또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보험사 소속 전속설계사의 수는 생명보험에서 10만2,148명으로 2012년의 11만6,457명보다 12.3% 줄어들었고, 손해보험에서도 8만1,148명으로 2012년의 9만5,017명보다 14.6% 줄어들었다.

설계사채널의 영향력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보험연구원 등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와 90%가 넘는 국내 보험침투율로 향후 설계사 채널의 쇠퇴가 가속화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설계사채널의 주요 고객이던 중장년층은 더 이상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젊은 고객들은 온라인채널 등 대체 채널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설계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설계사들이 이 같은 시장 환경 변화는 물론 박봉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어 보험사 및 GA의 불합리한 요구에도 저항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설계사는 대부분 40대 이상의 여성이 대부분이다. 설계사자격 시험이 특별한 응시 조건이 필요하지 않고, 경력단절 등으로 많은 여성이 유입된데 따른 현상이다.

그러나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보험설계사 대부분은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면서도 추가수당은 물론 교통비조차 자비로 해결하고 있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보험사가 대졸 남성 설계사로 대표되는 고학력‧저연령 설계사 단체 육성에 나섰음에도 불구, 저조한 수익성으로 전략을 대폭 수정한 이유다.

7년간 보험사와 GA에서 근무 중인 설계사 B씨는 “20대가 설계사를 하겠다고 들어오는 경우도 적지만 정작 입사해도 박봉과 실적압박에 못 이기고 1년도 못 버티고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보험사의 선전과 달리 억대 연봉을 받는 설계사는 전체 설계사의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히 소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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