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온라인보험 점유율 ‘강점’…수익성 지표 악화 ‘발목’

회계기준과 건전성 감독규정 강화를 앞두고 생명보험업계에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의 ‘헐값 매각’이 이슈가 된 이후 새 주인을 찾는 생보사들이 추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매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2016년 M&A를 추진중인 생보사들의 현황을 분석하고 진단한다. <편집자 주>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두 차례 매각에 실패했던 KDB생명은 알리안츠생명과 같이 ‘헐값’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은 보험사로 거론되고 있다.

KDB생명의 낮은 확정 고금리 계약 비중과 높은 온라인보험 점유율은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판매채널 다변화를 추구하는 보험업계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KDB생명이 전신 금호생명 당시보다 당기순이익 등 수익성 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데다, 매각가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어, 실제 매각은 또 다시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낮은 고금리 계약 비중‧높은 온라인채널 점유율 ‘강점’
KDB생명은 현재 매물로 시장에 나온 생보사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지니고 있으며 신 판매채널로 부상하고 있는 온라인채널 점유율과 낮은 고금리 계약 비중이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 4월까지 KDB생명이 온라인채널에서 거둬들인 초회 수입보험료는 16억원으로 이는 생명보험업계 총 판매량(45억6,200만원)의 35%에 달한다.

온라인채널은 포화 상태의 국내 시장에서 생보사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표적인 신 판매채널이다.

설계사채널로 대표되는 대면 채널에 비해 중간관리자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로 보다 많은 항목을 보장할 수 있는 온라인채널의 특성 상, 향후 경제활동의 주축이 될 젊은 고객들의 주요 보험가입 창구로 자리 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상품개발 관련 규제 완화로 보험사 간 상품‧가격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KDB생명은 인수사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공략해온 온라인채널 영업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어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온라인보험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금융당국의 주도로 온라인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가 출범한 이후 성장 속도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손보업계에 비해 온라인 활용이 비교적 늦었던 생보업계의 경우, 지난해 온라인보험 판매 금액이 75억원을 기록, 지난 2012년 당시 18억원에 비해 4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DB생명은 보험상품 구조 개선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는 점에서 재정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보험사에게 매력적인 매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KDB생명은 이차역마진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예정이자율 6% 이상 금리확정형상품 비중을 2005년 65.1%에서 2008년 36.4%, 최근에는 10% 수준까지 줄여나간 상황이다.

회계기준 변화를 앞두고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 상품에 대한 이차역마진 발생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생보사 입장에서는, 고금리 상품 비중이 생보업계 평균(25.5%)대비 절반 이상 낮은 KDB생명이 인수 이후에도 추가 자본을 투입할 필요성이 낮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채널에 대한 보험사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현재 해당 채널에서 꾸준히 강점을 보여온 KDB생명은 영업 노하우를 인수 과정에서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금리확정형상품 비중이 낮고 타 매물 대비 적은 규모로 추가 구조조정 필요성이 낮다는 점도 매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약화된 성장 지표‧높은 인수가 ‘발목’
KDB생명이 산업은행에 인수된 이후 과거 금호생명 당시보다 각종 성장 지표가 둔화된 점은 매각 절차 과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민연금공단 등 정부기관의 지속적인 투자를 받아왔던 KDB생명은 이 같은 성장 지표 하락으로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낮은 수준의 가격에 회사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KDB생명의 적정 가격은 최대 약 5,000억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KDB생명이 산업은행에 인수된 이후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금액인 약 1조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KDB생명의 당기순이익 규모는 저금리와 투자이익률 하락으로 인해 산업은행이 인수한 2010년 이후 2014년 650억원, 2015년에는 28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KDB생명은 이 같은 매출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저축성보험판매 비중을 확대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금리역마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새 주인 찾기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분석된다.

KDB생명의 저축성보험 상품 규모는 2013년 1,182억원에 머물렀지만 2014년과 2015년 각각 1,600억원과 2,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저축성보험을 625억원 판매하며 작년 471억원 대비 판매량이 15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원하는 가격과 시장에서 평가하는 적정 가격의 차이로 인해 매각이 또다시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판매량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저축성 상품 판매를 늘려왔던 KDB생명의 경영 환경을 이해할 수는 있으나 인수 대상 회사로써는 결격사유로 판단될 수 있다”며 “IFRS4 2단계 도입으로 인해 금리역마진 발생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보험사들이 KDB생명을 인수하려 시도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편 KDB생명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최근 매각 주관사로 크레딧스위스를 선정하고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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