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고금리 계약 비중 ‘강점’…높은 매매 가격은 ‘부담’

회계기준과 건전성 감독규정 강화를 앞두고 생명보험업계에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의 ‘헐값 매각’이 이슈가 된 이후 새 주인을 찾는 생보사들이 추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매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2016년 M&A를 추진 중인 생보사들의 현황을 분석하고 진단한다. <편집자 주>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두 번째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ING생명은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생보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지니고 있다.

ING생명의 낮은 고금리 계약 비중은 IFRS4(국제회계기준) 2단계와 건전성 감독규정 강화로 인해 보험사의 재정적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매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ING생명의 현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시장 예상보다 높은 3조원 이상의 매매가를 원하고 있는데다, 중국계 자본을 제외하고 인수를 희망하는 회사가 전무하기 때문에 실제 매각은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우수한 생산성‧낮은 고금리 계약 비중 ‘장점’
ING생명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36% 상승한 3,048억원 순이익을 냈을 뿐 아니라 탄탄한 판매 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며. 보유한 고금리 상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 2013년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ING생명의 자산은 2년 만인 작년 말 기준 5조6,628억원 가량 증가, 생보업계 5위인 30조원에 육박했다.

이 기간 ING생명의 당기순이익 마진은 인수당시 5.7%에서 6.8%로 1.2%포인트 개선됐으며 채권, 현금성 자산, 약관 대출 등 안전자산 비중 또한 업계 평균(66%)을 뛰어넘는 97%에 달했다.

전속설계사수 또한 생보업계 매출 4위사인 농협생명의 두 배 수준인 4,990명으로 늘었다. 설계사 육성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매각 과정에서 판매조직 육성을 원하는 인수자에게 이를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8%에 불과한 ING생명은 낮은 고금리 계약 비중은 알리안츠생명과 달리 매각 과정에서 최대의 강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회계기준 변화를 앞두고 생보사들이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 상품에 대한 이차역마진 발생 우려에 시달리고 있지만, 생보업계 평균(25.5%) 대비 보유 계약 비중이 3배 이상 낮은 ING생명 입장에서는 인수 이후에도 재정을 추가로 확충할 필요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화로 인해 매각가가 대폭 낮아진 것으로 알려진 알리안츠생명과 달리 ING생명은 과거 확정 고금리 상품 판매가 많지 않아 역마진 발생 가능성도 낮다”며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생보사 중 자산규모와 판매조직,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큰 보험사라는 점에서 타 생보사보다는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 높은 인수가‧국내 자본 전무 ‘악재’
시장 예상보다 높은 ING생명의 가격은 매매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ING생명의 현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3조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3년 전 MBK파트너스가 인수했던 1조8,000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가격이다.

당초 보험업계에서는 ING생명의 적적 가격을 약 2조2,000억원에서 최대 2조5,000억원 규모로 판단하고 있었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인수 이후 당기순이익을 꾸준히 늘려왔다는 점을 고려해도 인수 당시에 비해 1조원 이상 많은 현 매매가는 지나치게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3년 이후 재차 인수 의사를 밝혔던 교보생명의 경우 2조원 초반대의 가격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우선협상 대상에서 사전 제외된바 있어 이 같은 시장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ING생명의 인수를 원하는 회사가 모두 중국계 자본이라는 사실도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금융업계가 세계적으로 M&A를 이어가고 있지만 현지 영업의지보다는 투자 목적이 강했던 만큼 협상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발을 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NG생명의 높은 매매가는 실제 매각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국내 보험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무건전성 강화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가능성이 유일한 중국 자본에 대한 업계의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 보험영업 의지가 없는 중국자본이 국내 보험사를 인수한다면 저축성보험 등을 통해 외향을 키운 뒤 이를 매각하는 ‘투기’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ING생명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오는 25일 ING생명 본 입찰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진행 중인 예비실사 일정에 따라 8월 초까지 입찰 과정을 마무리 할 것으로 전망된다.

ING생명 인수전에는 홍콩계 사모펀드인 JD캐피탈과 중국계 보험사인 태평생명, 푸싱그룹 등이 참여했으며, 인수후보들은 최근 ING생명 경영진 대상의 설명회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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