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이흔 기자] 금융기관 사이에 연계된 자산·부채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 충격을 키울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자산·부채 연계 규모는 지난 3월 말 현재 430조원으로 금융권 총자산의 7.8%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의 자산·부채 연계는 금융사가 발행한 금융채, 환매조건부채권(RP),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금융상품을 다른 금융사가 인수한 것을 가리킨다.

자산·부채의 연계 규모는 2010년 말 308조원에서 2011년 326조원, 2012년 333조원, 2013년 359조원으로 계속 늘다가 2014년 404조원으로 45조원 급증했다.

작년에는 17조원 늘어난 421조원으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올해는 3개월 사이에 9조원이나 불었다. 

금융권 간 연계된 자산·부채가 급증하면 개별 금융기관의 손실이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위험성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파생금융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많이 보유한 대형 투자은행(IB)의 부실로 전이되면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카드사들의 대규모 부실채권이 은행 등 금융업계 전반에 혼란을 불러왔다.

한국은행은 현재 금융권의 자산·부채 연계 수준은 금융시장 규모에 비춰볼 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권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상호연계 비중은 2014년 말 8.3%, 작년 말 8.0%, 올해 3월 말 7.8%로 낮아졌다.

상호연계 규모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은행 간 거래는 축소되고 증권사, 보험사,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이 연계된 자산·부채는 확대되고 있다. 

올해 3월 말 은행 간 연계된 자산·부채 규모는 54조8천억원으로 작년 말(58조4천억원)보다 3조6천억원(6.2%) 줄었다.

반면,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 간 연계된 자산·부채는 같은 기간 237조5천억원에서 251조2천억원으로 12조7천억원(5.3%) 증가했다.

비은행금융기관 간 규모는 작년 말 124조9천억원에서 123조7천억원으로 1조2천억원(1.0%) 감소했다.

2007년 말 46조원에서 작년 말 124조9천억원으로 8년 만에 3배 가까이 뛴 급증세가 다소 주춤해진 것이다.

비은행금융기관은 보통 은행보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금융권 총자산에서 자산·부채의 연계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금융시장 내 위험은 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 간 상호연계 규모가 확대된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채의 위험성에 대한 분석도 내놨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민간부채) 비율은 지난 3월 말 195.7%로 역대 최고치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 비율은 작년 3월 말 191.2%에서 1년 만에 4.5% 포인트 상승했다.

 부문별로 보면 기업은 작년 3월 말 106.9%에서 106.2%로 0.7% 포인트 하락했지만, 가계는 84.3%에서 89.5%로 5.2% 포인트 올랐다.

한은은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시스템 리스크(위험) 수준은 과도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가계 부문의 리스크 증대 가능성에는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