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표준화 대상 의료기관 확대 건의…심사기관 선정 요구 ‘솔솔’

[보험매일=방영석기자]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요 원인인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화 및 심사 기관 선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로 발생한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급여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비급여 치료 대다수가 이뤄지는 의원급 기관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급여 과잉 진료 문제 해결을 위해 적정 진료 여부를 판단할 심사기관 선정이 시급함에도 불구, 금융당국과 복지부가 의료업계와 보험업계 사이의 이해관계에 얽혀 심사기관 선정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민간 의료기관 위탁 비급여 현황조사 ‘고양이 앞에 생선’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YMCA 시민중계실’과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 등 시민단체들은 최근 보건복지부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기준 고시 제정안에 잇달아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현재 입법예고 중인 복지부의 ‘비급여 현황조사에 관한 의료법 시행령 및 시행 규칙 고시 제정안’이 제한된 조사 대상 의료 기관으로 인해 과잉진료 근절을 위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체 의료기관의 90%를 차지하는 의원급을 배제한 채 조사를 진행한다면 비급여 부분에서 자행되는 ‘과잉 진료’ 근절 효과는 현저히 떨어질 것이며 제도 시행의 의미 또한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들 시민단체는 비급여 표준화 효과가 발생하기 위해서 현황조사 위탁기관을 명확히 선정해야 함에도 불구, 정부가 의미가 불명확한 ‘전문성’을 이유로 과잉 진료의 주체인 의료기관의 현황조사 참여를 방조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금융당국과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마다 제각각인 비급여 항목 수가와 비급여 진료 적정성을 심사할 기관의 부재가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 판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심사기관으로 선정할 것으로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민간보험인 실손보험 진료 내역 심사를 담당하는 것에 대해 의료업계와 복지부가 반발, 금융당국도 이를 인정하면서 현재 심사위탁 기관 선정은 난항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전문성을 운운하며 비급여 조사 기관에 의료기관을 포함한 민간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현 상황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위험성을 나 몰라라 하거나 적극적으로 민간의료기관의 개입의 여지를 주는 것과 같다”며 “전문성의 판단 기준은 결국 보건복지부의 위탁기관 심사지침일 텐데 적어도 어떠한 심사 지침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 금융위의 ‘반쪽짜리’ 개정 방안
보험업계 또한 최근 금융위가 발표했던 실손보험 개정 방안이 손해율 개선을 위한 근본 대책은 마련하지 못한채 상품구조 변경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가 계획하는 실손보험 개정 방안의 핵심은 현재 모든 입원·통원 치료를 보장하는 ‘표준형’ 실손보험에서 일부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기본형’ 실손보험 상품 출시다.

진료 횟수에 따라 소비자별로 실손보험료를 차등 인상할 경우 무분별한 진료 행위가 줄어들고 이는 자연스레 보험사의 손해율 개선 효과로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정작 보험업계는 상품 구조를 먼저 개선하겠다고 나선 금융당국의 방침이 ‘미봉책’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급여 과잉진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통일된 비급여 수가를 사용해야함은 물론, 적정 진료와 과잉진료를 판단해 관리할 ‘기관’이 필수적임에도 불구, 금융위가 이 같은 대책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일부 의료기관이 과잉진료 자체를 시도할 수 없도록 관리·규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비급여 진료항목을 표준화와 위탁심사 기관 선정만 이뤄진다면 상품구조 변경은 이후에 진행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당국 또한 위탁심사 기관 선정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나 복지부와 의료업계의 공세에 밀려 심평원을 심사기관으로 선정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는 등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가능한 일을 먼저 추진하는 금융당국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제 3기관 설립 등을 통해 심사기관 선정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실손보험 정상화 작업은 결국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덧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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