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이흔 기자] 초저금리 영향으로 위험성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한계기업 메자닌(Mezzanine)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의 라운지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다. 여기서 비롯된 용어인 메자닌 채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을 말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저금리 시대에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눈높이와 일반 공모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한계기업들의 자금조달 필요성이 맞아떨어지면서 메자닌 채권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갈 정도로 재무상태가 악화된 양대 해운사의 분리형 BW는 최근 수요가 많아지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

현대상선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영향으로 지난 8일 보통주 주가는 14.9%나 떨어졌지만 채권가격은 반대로 움직였다.

그날 186회차 분리형 BW는 전날(7천10원)보다 11%(790원) 오른 7천800원에 거래됐다.

이는 5월 초 4천원대와 비교하면 한 달 새 3천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한진해운 78회차 분리형 BW도 매수세가 몰리면서 5월 초 7천원 안팎에서 현재 9천50원까지 급등했다.

분리형 BW 값 오름세는 일반채권 대비 상승폭이 컸다.

분리형 BW는 일정 가격에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이 함께 부여된 채권이다.

신주인수권은 분리해 매매할 수 있어 발행기업 주가가 상승하면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차익을 누릴 수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분리형 BW는 신주를 받을 수 있는 신주인수권(워런트)이 붙어 있어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상승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은 특히 지난달 BW를 보유한 사채권자집회를 열고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을 올 9월까지 4개월 연장하는 대가로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자사주로 교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이 때문에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가 급격히 늘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두산건설이 이달 16일 발행하는 분리형 BW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은 BB+로 투기등급(투자부적격)에 해당한다. 

두산건설은 1천500억원 규모의 분리형 BW에 대해 13~14일 일반공모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손실 위험성은 적지 않지만 대기업 계열사로 모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과 고수익 가능성 및 신주인수권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두산건설 전환사채(CB)에도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두산건설 84회차 CB는 1만300~1만500원을 오가며 일반회사채(두산건설87회차) 대비 200~400원 높게 거래되고 있다.

CB는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전환 전에는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가가 채권 액면가보다 오를 경우 주식으로 교환해 차익을 누릴 수 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좀 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CB, BW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기등급 기업들의 메자닌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주식연계채권은 채권발행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수익을 크게 볼 수 있지만 주가가 지지부진할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이 발행을 늘리는 EB도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EB는 기업들이 보유한 자회사 또는 다른 회사 주식을 특정 가격에 교환해 주기로 하고 발행하는 회사채다.

최근에는 한화건설이 한화생명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85회차 EB(2천500억원)를 발행했다.

그러나 기초자산인 보험업황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 80% 이상 물량이 미매각됐다.

문 연구원은 "EB는 기초자산의 매력도에 따라 투자 선호도가 결정된다"며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기초자산 가치 및 전망에 따라 채권 값이 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