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 범위 축소 검토에 의료계 반발…깊어지는 감정의 골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금융감독원의 실손의료보험 보장 범위 축소 움직임에 의료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금감원은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로 실손보험 가입자 절대 다수가 보험료 인상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 보장 범위 축소를 검토하고 있으나 의료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상황이다.

의료업계는 실손보험 문제는 철저히 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문제임에도 보험업계가 과잉진료 핑계를 대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소비자 권익을 위해서라도 보장 범위를 재설정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 의료업계 보장 범위 축소 극렬 반발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의 실손보험 보장 범위 축소 검토 작업에 대한 의료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금감원은 그간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 현상으로 보험료가 인상되고 이로 인해 실손보험 가입자의 절대 다수인 선량한 피해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판단, 보장 대상에서 하지정맥류, 도수치료, 백내장 등을 제외할 것으로 검토해왔다.

의료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해 ‘실손보험 표준약관 변경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금감원을 항의 방문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김승진 실손보험 표준약관 변경 비대위 위원장은 지난 22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개원의협회 학술대회에서 “실손보험 보장 범위 축소에 대해 금감원으로부터 재검토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의료업계는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실손보험 문제는 보험사의 잘못된 상품 설계에서 기인했음에도 불구, 책임 소재를 의료업계에 돌리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사실상 실손보험 문제는 보장범위 축소 등의 인위적으로 조정할 필요 없이 현행 제도 하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의료쇼핑 문제는 이미 수차례 지적돼 온 사안이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일부 의료기관의 경우 낮은 진료수가 문제를 실손보험을 통해 만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 업계 이익보다는 소비자 이익이 먼저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금융당국과 정부부처의 강제 개입을 통해서라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손보험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손해율이 악화돼왔다. 지난 2011년 122%, 2012년 126%, 2013년 131%, 2014년 138%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보험업계는 올해 약 20%대의 보험료 인상을 단행해왔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같은 손해율 악화 현상을 불러온 보험금 지급 건수가 전체 가입 건수 대비 20%대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 3,200만명 중 보험금을 청구해 받은 가입자 수는 700만명이었다.

의료업계는 국민 건강과 의사들의 진료 권한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실손보험 보장 범위 재설정과 관련해 의료계의 의견이 적극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금감원의 실손보험 보장 범위 축소는 보험사 소속 자문의사들의 의견이 실린 편향된 형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업계 일각에선 이 같은 의료업계의 주장은 명백히 이익 보전 차원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경우 보장 범위 축소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라며 “상품 설계, 관련 통계 미비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과잉진료 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보장범위 재설정은 실손보험 문제의 책임소재를 의료업계에 전가하는 것이 아닌 과잉진료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며 “이익 보전에 초점을 맞추면 결국 실손보험 가입자 대다수인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보장 범위 재설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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