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공식 입장 표명…생보업계 백기 투항하나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금융감독원이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과 관련해 생보업계에 경고장을 날렸다.

대법원의 “자살보험금 논란과 관련해 자살도 재해로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에 의거, 미지급 보험금과 소멸시효 경과 건에 대해서도 보험금 지급을 촉구한 것.

보험업계에선 금감원이 이례적인 입장을 표명한 만큼, 지난 2년 간 시간을 끌어온 생보사들이 백기를 들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금감원, 자살보험금 논란 입장 표명
금융감독원은 23일 2년 간 지속되고 있는 생명보험업계의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과 관련,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액에 대한 지급을 권고하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금감원은 이 날 보험금 미지급 시 엄중 제제를 예고하는 등 문제 해결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보험사가 약속한 보험금은 반드시 정당하게 지급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보험업계가 높은 수준의 신의 성실의 원칙을 지키도록 요구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어떠한 형태이든 보험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해 나갈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금감원의 이 같은 경고는 지난 12일 대법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모 씨의 부모가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대법원 판결에 의거, 과소 지급된 보험금이나 소멸시효 경과로 지급되지 않는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금감원은 현재 대법원 판결과 달리 하급 법원에서 소멸 시효 경과 보험금 지급에 대한 판결이 엇갈리고 있지만, 대법원이 합리적 기준을 제시할 것을 기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와 상관없이 소멸 시효가 완성된 보험금에 대한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임을 재차 강조했다.

금감원의 강도 높은 압박은 최근 자살보험금과 관련, 생보사들이 소멸시효 경과 등을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금감원은 잘 못된 약관으로 발생한 논란이라 하더라도 정당하게 청구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임직원 제제 등의 수위 높은 용어를 사용하며, 보험금 지급 압박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금감원의 입장 표명에 따라 보험업계 안팎에선 생보업계가 미지급 보험금뿐만 아니라 소멸시효 경과로 인해 지급되지 않은 보험금도 지급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 생보사 백기투항 전망 ‘솔솔’
자살보험금 논란과 관련해 생보사들이 금감원에 제출한 ‘자살보험금 미지급 및 소멸시효 경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26일 기준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 계약건수는 2,980건이며 보험금 규모는 2,4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소멸시효 기간 경과 건은 전체 78%에 달하는 2,314건이며 액수 비중은 81%인 2,00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신한생명, 하나생명, DGB생명 등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대다수 생보사들은 이렇다 할 방향 설정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보험사들의 미지급을 위해 공동 전선을 구축할 거시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지만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입장 표명을 통해 경고한 만큼, 보험사들이 백기를 들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미 소멸시효 경과 등을 직접 거론하며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 만큼 업계의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라며 “금감원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불응하는 생보사에 대한 제재를 예고한 만큼 사실상 생보사들 역시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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