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경품제공‧보험료 대납 유도 사례 빈변
[보험매일=방영석기자] #1.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설계사 경력 3개월의 A씨(28)는 최근 태아보험 상품 신규 가입자가 가입 대가로 고가의 상품을 요구하자 고민 끝에 육아용품을 선물했다.
그러나 신규가입자가 3만원 이상의 경품 제공을 금지하는 보험업법을 들며 금융당국에 민원을 넣자 A씨는 수수료 환수는 물론, 별도의 징계까지 받는 낭패를 봤다.
#2.GA(법인대리점) 일하는 경력 6개월의 B씨(34) 또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연금보험 상품 가입자의 요구로 첫 달 보험료를 대납했지만, 마찬가지로 가입자가 금융당국에 민원을 넣자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 설계사단체 보험 파파라치 주의보 ‘발령’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초보 설계사를 대상으로 불완전판매를 유도한 뒤 이를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보험 파파라치에 의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보험 파파라치들은 주로 설계사 경력이 짧은 설계사들이 정착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시기를 노려 연금보험이나 태아보험 등 고가의 보험 상품 가입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보험가입 조건으로 설계사들에게 과도한 경품이나 보험료 대납을 요구한 뒤 설계사들이 요구를 들어줬을 경우 이를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 때문에 납부했던 보험료는 물론 불완전판매 신고 보상금까지 받았다.
피해를 입었던 설계사들은 대납이나 과도한 경품 제공이 불완전판매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경기 침체로 신규 계약자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고가의 보험 상품에 가입하겠다는 이들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설계사 경력이 짧은 초보 설계사들의 경우 불완전판매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인해 보험 파파라치들의 수법에 걸려드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보 설계사들은 소속 보험사나 GA의 초기 정착 지원 기간 이후 지인 등을 통한 연계판매에서 벗어나 개척판매에 나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보험 파파라치의 유혹에 더욱 취약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보험설계사 단체들은 최근 이 같은 보험 파파라치 피해 사례가 급증하자,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과도한 경품 지급이나 보험료 대납 등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을 주의할 것을 알리고 있는 상황이다.
설계사단체 관계자는 “경력이 충분한 설계사들은 완전판매를 지향하기 때문에 보험 파파라치들에게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만 정착 단계의 초보 설계사들은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잦다”며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수수료와 시책이 많은 상품에 가입하겠다는 이들의 유혹에 넘어간 설계사들은 계약이 해촉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 설계사 교육 역량 강화 ‘시급’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설계사들이 보험 파파라치에게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결국 불완전판매 근절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사와 GA가 지원금 일변도의 정착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소속 신규 설계사를 대상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경우, 설계사들이 불완전판매를 유발하는 소비자를 식별할 역량을 기를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파파라치에게 피해를 입은 설계사들은 애초 불완전판매를 저질렀기 때문에 구제할 방법이 없다”며 “수수료와 시책 등 당장의 이익 때문에 불완전판매의 유혹에 넘어갈 경우 설계사 계약이 해촉될 수 있다는 것을 설계사들이 스스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