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⓷]위기의설계사, 그들은 무엇을 원하나?

전통적으로 보험업계의 주요 판매채널이었던 설계사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정책기조와 맞물려 온라인·다이렉트 보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설계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단체 설립도 추진 중인 상황이다. 이에 보험설계사를 둘러싼 쟁점들을 진단한다.<편집자 주>

[보험매일=방영석기자] 보험설계사들은 날로 어려워지는 영업 환경과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를 요구하며 단체 행동을 통해 금융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다양한 판매채널이 부상, 대면 판매채널의 중축이던 설계사채널의 비중이 낮아지자 최근에는 일부 설계사들이 ‘보험설계사협회(가칭)’를 창설하고자 뭉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보험사는 이들 단체가 설립되더라도 개인 사업자인 설계사들을 대표할 역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40만명에 달하는 실제 설계사들의 참여 또한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설계사협회, 10일 대규모 집회 ‘예고’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설계사단체 보사모(보험설계사모임)는 최근 보험설계사협회를 창립하고 회장단 모집을 마쳤다.

설계사협회는 오는 10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보험설계사들의 입지와 기초 생존권 보장을 위한 대규모 집회를 시작으로 전국 30여개 지사를 모집, 본격적으로 설계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계획이다.

개인 사업자인 설계사들은 금융당국의 정책기조와 시장환경 변화로 인해 영업 입지가 줄어들자 이 같이 단체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40만명을 넘어선 전국 보험설계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금융당국과 보험사에 전달할 대변 단체가 창립될 경우 보다 효율적으로 설계사들의 주장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년간 보험업계 전체 설계사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으나 GA소속 설계사의 증가로 인한 현상일 뿐, 생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설계사들의 열악한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설계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보험사의 실적 지상주의로 인해 과도한 압박을 받을 뿐 아니라 보험계약 이관에 따른 유지수수료 미지급은 물론, 단체 성립 전제 조건인 노동3권 역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설계사협회는 이번 집회를 통해 금융복합점포, 온라인 보험 등 신 판매채널의 등장으로 위협받는 설계사들의 생존권 보장을 금융당국에 요구할 예정이다.

특히 설계사협회는 이번 집회에서 보험계약 관리를 담당하는 설계사가 배제된 신 판매채널이 보험사의 실적 확대 전략과 맞물려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 주장한다.

아울러 설계사협회는 보험사가 보험계약 이관에 따른 유지수수료를 지급하도록 금융당국이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다.

보험설계사협회 김진억 회장은 “보험계약이관제도에 따른 유지수수료 지급과 설계사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설계사들의 노동 3권 보장 등 설계사들을 대변해 금융당국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 말했다.

◇ “설계사 결집까지 갈 길 멀어”
반면 보험사들은 설계사들의 입장을 대변할 단체의 설립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개인 사업자인 설계사들은 단체 설립을 위한 노동3권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다양한 소속의 설계사들을 집결시킬 수 있는 단체 설립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설계사협회는 보사모뿐 아니라 대한보험인협회 등 다양한 설계사단체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참여 단체는 보사모 한 곳에 그쳤다.

보험사 관계자는 “개별 이익을 위해 종사하는 개별 사업자인 설계사들 사이에 얽혀있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극복,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 설립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생계를 위해 보험영업을 하고 있는 설계사들이 일종의 ‘설계사 노조’격인 신생 설계사 단체 설립을 위해 보험사와 충돌을 감내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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