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⓵]위기의설계사, 그들은 무엇을 원하나?

전통적으로 보험업계의 주요 판매채널이었던 설계사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정책기조와 맞물려 온라인·다이렉트 보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설계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단체 설립도 추진 중인 상황이다. 이에 보험설계사를 둘러싼 쟁점들을 진단한다.<편집자 주>

[보험매일=방영석기자] 보험설계사들이 금융당국에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은 보험계약을 체결한 설계사가 보험사를 옮겼을 경우에도 모집한 계약을 계속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관제도다.

설계사들은 보험계약 관리 권한을 부여받음으로써 자유로운 이직과 보험사에 보험계약 관리에 따른 유지 수수료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나, 보험사들은 타사 소속 설계사에게 유지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당국 또한 보험사와 설계사 간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계약이관제도’를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해관계가 얽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소비자 권익 향상…최적의 방안은?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중장기적으로 ‘계약이관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제도 도입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계약관리 권한을 설계사와 보험사 중 어느 쪽에 부여하더라도 소비자 권익 최대화라는 목표에 일정 부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보험계약이관제도’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설계사가 기존 보험회사에서 이직할 경우에도 고객의 의사에 따라 자신이 모집한 계약을 계속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담당 설계사가 없어 방치되는 '고아계약'을 막고 부당하게 계약을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승환계약'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업계 자율협정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당시 보험업계는 '고객 동의를 받을 경우 이직 설계사가 기존계약을 갖고 갈 수 있지만, 유지수수료는 받을 수 없다'고 결정해 설계사 단체와의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

이에 따라 현재 대다수 보험사가 해촉 설계사에 보험계약 관리‧유지에 따른 유지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이를 이관 받아 관리하는 설계사에게도 평균적으로 유지수당의 30~50%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설계사에게 계약관리 권한을 부여할 경우 30%대에 불과한 설계사 정착률로 인해 소비자 권익 제고 효과가 하락할 것이며, 계약이관 부여 이후 불완전 판매 등의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금감원은 현재와 같이 보험사에 계약 관리 권한을 부여할 경우에도, 보험사의 양적 성장 정책에 따른 불완전판매와 승환계약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최근 보험사‧GA가 체결한 ‘모집질서 개선 자율협약’을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이 해결되는지 여부를 지켜본 뒤, 소비자 권익 개선 효과 극대화를 위한 제도도입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 집단행동 나선 설계사 VS 싸늘한 시선 보내는 보험사
계약이관제도 도입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설계사들은 최근 설계사단체등을 중심으로 집단행동에 나서며 금융당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보험설계사협회는 오는 10일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앞에서 ‘보험소비자 권리보호 및 보험설계사 권익쟁취’를 위한 2차 지회시위를 개최, 작년 5월 이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보험계약이관제도’의 입법관철을 주장할 계획이다.

설계사단체들은 보험민원의 원인이 설계사에게 과도한 실적을 강요하는 보험사에게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계약의 관리 주체를 보험사가 아닌 설계사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험사들은 설계사단체의 주장이 보험계약자가 아닌 설계사의 이익을 목표로 한 ‘지나친 요구’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설계사가 계약관리 권한 독점을 요구하는 이유는 결국 유지수수료 때문이며, 계약관리 권한이 부여될 경우 설계사 개인의 의도에 따라 계약자의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악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보험사는 ‘계약이관제도’의 무제한적인 적용범위에도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보험사 입장에서 타 보험사로 이직한 설계사에게 유지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설명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가 보험계약 관리 권한 독점을 원하는 이유는 소비자 보호보다는 결국 보험사에 유지수수료를 요구하기 위함이다”며 “소비자 권익 제고를 위해서는 미흡한 설계사들의 교육 수준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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