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익 상충 우려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자산운용업계에서 고객 자금을 직접 굴려주는 일임형 시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생명보험사들이 계열 자산운용업체에 돈을 몰아 주는 경향이 다시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의 전체 일임 계약액에서 계열사 등 특수 관계인과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작년에 상승했다.

2010년 말 75%이던 특수 관계인과의 거래 비중은 2011년 말 69%, 2012년 말 68%, 2013년 말 63%, 2014년 말 58%로 계속 떨어지다가 2015년 9월 말 현재 62%로 다시 올라선 것이다.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보면 현대해상화재보험이 100% 지분을 가진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이 전체 일임 계약액 5조4천486억원 가운데 5조1천31억원을 특수 관계인으로부터 확보해 그 비중이 93.7%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안다(92.3%), 한화(89.4%), 피델리티(85.3%), 삼성(85.0%), 교보악사(73.0%),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52.4%), 동양(52.1%) 자산운용 등이 쫓았다. 

특수 관계인과의 거래 비중이 큰 자산운용사들은 대부분 계열 생명보험사를 둔 곳이다.

전문가들은 생명보험사들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장기간 운용하면서 상당액을 계열 자산운용사에 일임 형태로 맡기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에 맥쿼리투자신탁, 한국투자신탁, 키움투자자산, 베어링자산, 메리츠자산, 대신자산 등은 특수 관계인과의 거래가 전혀 없었다.

한국투자밸류(7.3%), 아이비케이(3.1%), KB(2.1%), 동부(1.0%) 자산운용도 특수 관계인 의존 비율이 낮았다.

전통적으로 자산운용사들은 펀드 운용이 주업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명보험사와 연기금 등 큰돈을 굴리는 기관의 일임 받은 자산 운용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가 굴리던 펀드 규모는 2010년 말 319조원이었다가 2015년 말에는 414조원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자산운용사의 일임 규모는 같은 기간 186조원에서 397조원으로 2배 이상으로 급증해 곧 펀드 규모를 따라잡을 태세다.

업계 일각에서는 계열 자산운용사에 일임 계약을 몰아주는 문화가 수익률로 경쟁해야 하는 자산운용사 사이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나아가 생명보험사가 그룹 차원의 이익을 우선해 자금을 계열 자산운용사에 몰아주는 것은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고객의 이익과 상충하는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우리나라 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계열사 밀어주기를 막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자 증권사가 펀드를 판매할 때 계열 자산운용사 상품을 절반 이상 팔지 못하게 하는 등 여러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날로 성장하는 일임 시장과 관련해선 아직 특별한 제한 규정을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자산운용사들 간의 합리적 일임 시장 경쟁을 유도하려면 특수 관계인으로부터 받는 자금 비중을 차례로 50% 이하, 40% 이하 식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자본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능력 있는 자산운용사가 더 많은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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