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독제도 변화 임박…외형 확장만으론 ‘한계’

[보험매일=방영석기자] 보험업계가 변화하는 회계제도와 감독규제에 대비, 외형 확장 위주의 경영에서 벗어나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내실 경영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알리안츠생명이 회계제도 변화로 인해 시장 예상가보다 상당히 낮은 ‘헐값’에 매각된 만큼, 보험업계가 향후 보험사 가치평가 방식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보험사 가치 기준, ‘확’ 변한다
17일 보험연구원 전용식·조재린 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의 ‘알리안츠 한국법인 매각관련 논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 연구위원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된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은 작년 말 기준 16조6,510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과 35억원으로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인수가격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이 같은 실제 인수 가격은 독일 알리안츠생명 본사가 올해 새롭게 ‘솔벤시2’ 감독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고금리 확정형 보험계약 때문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솔벤시2’는 연결RBC(지급여력)제도로 인해 해외법인의 순자산가치가 본사에 포함되기 때문에 독일 알리안츠생명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 한국법인의 이차역마진 발생 우려를 심각하게 고려, 자산가치 또한 낮게 평가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작년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보유한 계약 중 금리확정형 보험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7.9%, 액수로는 6조1,261억원에 달한다.

특히 알리안츠생명의 확정형 상품은 고금리 상품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향후 1조원 이상의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안방보험과 독일 알리안츠생명 본사가 저금리로 인한 이차역마진을 반영해 매각 금액을 결정했다는 사실에 주목, 향후 인수합병시장에 나올 보험사의 매각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연구위원은 “국내 국채금리가 2%후반으로 하락하면서 국채로 보험사가 거두는 수익과 과거 판매했던 보험사의 고금리 확정형 보험상품의 예정이율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이차역마진은 고금리 상품의 계약 만기 이전에는 개선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감독규정이 유럽처럼 강화될 경우 추가적으로 보험사 매물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구권 보험사, 한국 시장 ‘엑소덕스’ 우려 확산
보험업계는 독일 알리안츠생명 본사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10년간 1조3,000억원을 투자했음에도 ‘헐값’에 회사를 매각한 사실에 당혹스럼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유럽의 솔벤시2를 참조해 부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할 경우, 과거 고금리 상품을 다수 판매했던 타 보험사 역시 알리안츠생명과 같은 심각한 이차역마진 문제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서구권 보험사들이 과거 이차역마진 발생 문제로 대만에서 대거 철수했듯 국내보험시장에서도 철수할 것이라 분석했다.

보험사의 자산규모나 시장점유율 등 외형에 의한 가치평가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이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보험업계가 변화하는 회계제도와 감독규제에 대비, 외형 확장 위주의 경영에서 벗어나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내실 경영을 추구할 것을 조언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만의 경우 지난 2,000년 5.25%에 달하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2009년에는 2.24%로 반토막이 났다”며 “중국계 보험사에 회사를 매각하고 대만시장에서 철수했던 외국계 생보사들이 한국 시장에서도 발을 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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