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12조3천99억원 적게 지급…독일·프랑스·일본·대만 등과 반대

[보험매일=이흔 기자] 가입자의 보험료가 건강보험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느는 데 반해 정부 지원액은 줄어들어 결국 가입자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주요국 건강보험의 재정수입구조 변화에 대한 연구' 보고서(이정면·이수연·조정완·홍성민)를 보면,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정부는 2007년부터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관련 법률로 정한 이런 지원규정을 이제껏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이 시행된 2007년에도 정부는 애초 20%를 지원하도록 한 규정과 달리 17.3%만 지급했고, 그 비율은 갈수록 낮아져 2011년에는 15.9%까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낮게 잡아 국고지원금을 하향 조정하는 방식을 썼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9년간 무려 총 12조3천99억원을 덜 지원했다.

정부는 올해도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예산을 축소했다.

이렇게 되자 전체 건보재정에서 정부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15.4%에서 2014년 13.6%로 하락했다.

이에 반해 가입자가 낸 보험료 수입의 비중은 2009년 83.2%에서 2014년 85.0%로 높아졌다. 가입자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보험료가 늘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는 말이다.

실제로 정부지원액이 준 것과는 반대로 건강보험료는 2009년에만 동결됐을 뿐 그간 꾸준히 올랐다. 보험료는 2010년에는 4.9%, 2011년 5.9%, 2012년 2.8% 등으로 인상됐다. 그러다가 경기침체 등으로 의료 이용이 줄어든 덕분에 건보재정이 흑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건강보험료는 2013년 1.6%, 2014년 1.7%, 2015년 1.35%, 2016년 0.9% 등으로 1%대의 인상률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에 대한 과소지원은 국가에 건강보험 재정운용 책임을 맡긴 건강보험법에 배치될 뿐 아니라 4대 중증질환 등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증가하는 건강보험 지출요인을 고려할 때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회 차원에서 건강보험 국고지원 규정을 새로 만들 때 정부의 연례적 과소지원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증가할 건강보험 재정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지원을 줄이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과 프랑스, 일본, 대만 등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주요국들은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자 건강기금·목적세 도입, 정부 지원 법적 명문화 등으로 국가의 재정운용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편,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규정은 2016년 12월 31일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2017년 12월 31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연장됐다.

하지만 이런 국고지원이 끊기면, 보험료 폭탄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5~2019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금액' 자료를 건강보험공단 노조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8년부터 국고지원이 없어지면 건보재정 수지는 2018년 7조4천444억원의 적자로 돌아선다. 이후 적자폭은 더 커져 2019년 8조751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적자상태에 빠지는 2018년도 당기수지를 보전하려면 2018년에만 일시적으로 17.67%가량의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2016년 1월 현재 17조원에 달하는 누적흑자 적립금이 불과 2년 만에 고갈돼 수지 균형을 맞추려면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