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회수 시간 걸릴 듯

[보험매일=이흔 기자] 맥을 못 추는 한화생명 주가 때문에 예금보험공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권에 따르면 내달 28일 예보가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15.2%)의 보호예수(락업·lock-up)가 해제되지만, 예보는 당분간 한화생명 지분 매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작년 8천원대를 웃돌던 한화생명의 주가가 올해 들어 6천원선까지 내려앉으면서, 예보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현 주가를 기준으로 한화생명 매각을 추진하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해야 하는 예보 입장에선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생명은 6천520원에 마감했다.

앞서 예보는 작년 10월 7.5%의 지분을 주당 7천987원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식으로 한화생명에 매각했다.

증권업계에선 예보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선 주당 1만∼1만5천원 이상의 가격에 매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세계 증시가 조정을 받은 데다, 지난달 각국 정부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전 세계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한화생명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보험사에 대한 규제 강화와 수급 악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예보가 한화생명 지분을 사들일 잠재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에선 작년 10월처럼 한화생명이 자사주 매입 형태로 예보 물량을 사들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한화생명이 최근 악화한 지급여력(RBC)비율을 유지할 여력도 빠듯할 것이라고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화생명의 RBC비율은 작년 말 270%로 1년 전의 300%보다 30%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작년에 7.5%의 지분을 5천200억원에 사들인 영향이 컸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한화생명이 자사주 매입형태로 예보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면, 필수자본 항목에서 차감되면서 RBC비율이 떨어지므로 작년과 같은 자사주 추가 매입은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올해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과 비율 규제 강화 여파로 보험업계의 RBC비율은 전반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생명 역시 올해 RBC비율 270%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송 연구원은 "보험업계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아 한화생명 역시 규제 위험을 피하는 것이 우선순위일 것"이라며 "자칫 예보 물량을 사들이는 데 현금을 더 투입하다 보면 RBC비율이 떨어져 규제 위험에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보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물량을 인수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현재로선 블록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가와 시장 상황을 봐서 공적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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