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도입 준비상황 미흡"…각 보험사에 행정지도 공문

[보험매일=이흔 기자] 보험회사의 재무회계 근간을 송두리째 바꾸는 새 국제회계기준이 4년 후 도입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에 당장 대응책 마련에 착수하라고 독촉하고 나섰다.

10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020년 보험사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최근 각 보험사에 3월 말까지 이사회 결의를 거친 종합대응계획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행정지도 공문을 보냈다.

IFRS4는 총 43개 국제회계 기준서 가운데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2011년 IFRS가 국내에 전면 도입되면서 보험회사도 새 회계기준을 적용받았지만, 보험계약 부문에서는 도입시기를 1∼2단계로 나눠 한동안 기존 회계관행을 인정하는 유예기관을 뒀다.

국내 보험사들이 2020년까지 2단계 기준서를 도입하지 못하면 한국이 IFRS 전면 도입국 지위를 박탈당하게 돼 국제 신인도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러나 2단계 기준서가 보험사의 재무 상태에 워낙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행이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기대감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2단계 기준서는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익을 회계상 인식하는 시점도 현재처럼 보험기간 초기에 몰아서 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험기간 전체에 걸쳐 나눠서 인식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지난해 12월 금감원과 한국회계학회가 개최한 IFRS4 2단계 도입 콘퍼런스에서 중앙대 정도진 교수는 2단계 도입 후 생명보험사의 보험부채가 2014년 기준으로 볼 때 약 42조원 증가해 자본이 대폭 감소한다는 추산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과거 고금리 시절 금리확정형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들은 시가평가를 적용하면 저금리 기조에 따른 역마진 심화로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보험사는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 7.6%로 낮은 반면에 생보사는 이 비중이 44.3%로 높다.

생보사 보험료 적립금 중 확정금리 연 7% 이상을 적용해야 하는 규모는 92조4천억원에 달한다.

새 회계기준 아래에서는 일단 '팔고보자'식의 기존 판매 관행이 불리해지기 때문에 경영전략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작업까지 필요로 한다.'

 

보험사들은 이런 큰 변화를 앞두고서도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자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험사별로 준비 상황을 서면평가한 결과 전반적으로 2단계 준비 상황이 미흡하고, 특히 시스템 구축이나 경영전략 개편을 위한 종합대응계획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일부 대형 보험사의 경우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영향 평가와 대응 방안 마련에 일찍 착수한 곳이 있는 반면에 중소형사들은 새 체제에 대응할 전문인력조차 확보하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2단계 도입에 따른 재무제표상 변화가 크다 보니 시행 시기가 다가오면 결국 도입을 늦추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IFRS 2단계 도입을 미룰 수 없는 상태"라고 못박았다.

금감원은 이번 행정지도 안내 공문에서 2단계 도입에 대비한 시스템 개선방안 및 경영전략 전반의 개편을 포함한 종합대응계획을 마련, 이사회 보고를 거친 뒤 3월 말까지 감독원에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외국 본사와의 협의 등으로 제출이 어려운 경우 일단 기본계획을 제시한 뒤 6월 말까지 최종 종합계획을 세워 제출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각사가 제출한 대응계획을 검토한 뒤 수정·보완 사항을 요청하거나 개별 회사의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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