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통합관리서비스 올 4분기 도입…잔고이전까지 가능

[보험매일=이흔 기자] 금융위원회가 연내 도입하기로 한 '계좌통합관리서비스(Account Info)'는 온라인에서 전 은행권에 있는 본인 명의 계좌를 한꺼번에 조회하고 잔고이전은 물론 해지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앞서 도입한 계좌이동제(Pay Info)가 자동납부 정보를 자동전환해 주거래 은행 변경을 쉽게 하도록 돕는 제도라면 계좌통합관리서비스는 은행에서 잠자고 있는 장기미사용·휴면 계좌를 쉽게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우리나라 성인 1명이 평균적으로 가진 은행 계좌 수는 1인당 5.4개로 평균 2개 내외인 주요국 대비 2배 이상으로 많은 상황이다. 

계좌 유지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하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계좌 유지 비용이 없어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해약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전체 은행 계좌가 순증만 지속하다 보니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장기미사용 계좌가 전체 수시입출금식 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육박(49%)하고 있다.

장기미사용 계좌에 예치된 자금 규모도 총 5조5천억원이다. 성인 1명 기준으로 보면 평균 15만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미사용 계좌는 금융사기용 대포통장으로도 쓰일 위험성이 있고, 은행 입장에서도 계좌 유지·관리에 불필요한 비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현 제도에서 장기미사용 계좌를 해약하는 절차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인터넷·모바일뱅킹이나 영업점에서 장기미사용 계좌를 해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은행들이 전화통화만으로 계좌 해지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계좌 비밀번호 등 관련 정보를 모르면 해당 은행 영업점을 찾으면 쉽게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금융소비자들은 어느 은행에 몇 개의 장기미사용 계좌를 갖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많은 은행들이 통폐합되면서 이런 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김모(64)씨는 "예전에 대동은행(1998년 국민은행에 합병) 계좌를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느 은행에서 돈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계좌통합관리서비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명의로 개설된 은행권 모든 계좌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한다.

은행명과 계좌번호, 이용상태 등을 한눈에 조회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사용하지 않는 계좌의 잔고는 본인 명의의 다른 통장으로 이전할 수 있게 하고, 잔고가 없는 계좌는 은행 방문 없이 해지처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현재 잔고가 '0원'인 계좌는 전체 미사용 계좌의 3분의 1 이상인 3천700만개로 추정된다.

또 고객이 원할 경우 잔고를 휴면예금관리재단에 기부토록 해 서민금융 지원 재원에 보태기로 했다.

금융위는 금융결제원, 금융감독원, 은행권 등과 함께 올 4분기 중 계좌이동서비스를 전면 시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계좌이동제 서비스도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는 페이인포(www.payinfo.or.kr) 사이트에서만 자동납부 이전이 가능하지만 2월부터는 각 은행 창구 및 모바일뱅킹으로도 이를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또 지금은 업체에 내는 자동납부 정보만 연계가 가능하지만, 2월부터 회비납부 등과 같은 '자동송금' 정보도 연계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현재 카드·보험·통신 등 주요 업종 위주로 한정된 자동납부 분야도 6월까지 신문사·학원 등을 포함한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계좌통합관리서비스 시행으로 국민 입장에서는 미사용 계좌에 방치됐던 자금을 회수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이 될 것"이라며 "또 미사용 계좌가 금융사기에 악용될 소지를 차단해 금융거래 안정성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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