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입…중소형 생보사 자본확충 ‘골머리'

[보험매일=방영석기자] 제도 도입 연기를 점쳐왔던 보험업계의 예상과 달리 이르면 올해 하반기 보험업계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위한 기준서가 발표된다.

과거 확정금리 상품을 다수 판매해온 보험업계는 보험 부채의 시가 평가가 이뤄지는 해당 제도 도입으로 부채가 대폭 증가하기 때문에 자본확충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부 대형사와 외국계 보험사를 제외한 대다수 중소형 보험사는 자본과 인력 부족으로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향후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회계기준 변경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IFRS4 2단계 설명회에서 보험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위한 기준서가 올해 하반기 중 발표될 예정이라 밝혔다.

금감원은 1월 기준서 관련 논의 내용을 확정하고 2월 기준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 2020년에는 IFRS 2단계를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이날 발표를 통해 금감원은 기준서 도입 연기를 점치는 보험업계의 반응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다.

회계기준 변경은 국내 금융산업 전반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과거 한국 보험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한차례 제도 도입이 미뤄졌던만큼 추가적인 연기는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감원은 국내 보험업계가 과거 고금리 확정 상품을 다수 판매해온 상황에서, 3년여 앞으로 다가온 제도 도입에 대비하기 보다는 금융당국과 경쟁사의 눈치만 보고 있는 보험업계의 태도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감독당국은 구체화된 IFRS4 2단계 도입 준비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음에도 보험사들의 준비가 미흡하다고 판단, 제도 도입후 벌어질 재무상 혼란은 보험사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IFRS 2단계 도입은 새로운 회계기준이 아닌, 이미 도입된 회계제도의 기준서를 개정하는 2단계 적용”이라며 “IFRS 전면 도입국가 보험사인 국내 보험사는 제도 도입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감원이 작년말 실시한 부채적정성 평가결과 국내 생명보험사의 부채 증가액은 42조원으로 추정돼 자본의 대폭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보험사별 준비상태를 평가 한 결과 총 40개 보험사 가운데 '취약'으로 평가된 보험사는 무려 21개사에 달했다. '우수'로 인정된 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었고 '양호'로 분류된 보험사는 2개, '보통' 9개, '미흡' 8개 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각 금감원 팀장은 "3년이라는 시간도 도입에 충분한 시간이 아닌데 보험업계의 이 같은 평가 결과가 솔직히 한심스럽다"며 “금융당국이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보험사들이) 열심히 해야한다"며 답답함을 표현했다.

금감원은 보험부채 시가 평가 기반의 새로운 지급여력제도 로드맵을 올 하반기 중 만들어 발표하고, 2단계 도입에 대비한 보험계리제도 관련 감독법규 정비안도 올해 추진한다.

또한 2단계 기준 이슈에 대한 추가 분석을 실시해 IFRS 허용 범위 내에서 실무해설서 개정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 중소형 보험사 “제도 대비 힘들어”
대형 보험사에 비해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대부분의 중소형 보험사는 IFRS 2단계 제도 도입을 위한 TF팀 구축과 시스템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제도 연착륙을 위해 ‘보험사 공동 IFRS 대응팀’을 신설했지만 중소형사들은 각 보험사별로 상이한 상품 및 회계 구조로 인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던 상황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회계시스템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보험사는 동부생명, 롯데손보, 현대라이프생명, KDB생명, MG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 7개사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보험사가 부채규모 증가로 인한 자본확충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지급여력(RBC) 비율이 낮은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중소형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금감원의 ‘2015년 9월말 기준 보험회사 RBC비율 현황’에 따르면 대형사에 비해 중소형사의 RBC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으며, 특히 생보업계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격차가 컸다.

이 기간 생보업계 상위 3사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의 RBC 비율은 평균 314.1%였던 반면, 현대라이프생명(109.5%), DGB생명(181.8%), KDB생명(195.7%) 등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 RBC 비율이 200%에 미치지 못했다.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IFRS4 2단계 도입으로 변화하는 내용은 회사마다, 상품마다 다르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도 다양하다”며 “대형 보험사와 달리 현 RBC기준 충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형 보험사 입장에서는 기존 회계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막대한 인력과 자본이 솔직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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