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야심찬 프로젝트 업계는 그저 끌려 다닐 뿐…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금융당국이 소비자 편익 증대와 보험사 상품개발 능력 강화 취지로 야심차게 준비한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의 출범이 임박했지만,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제반 장치 마련은 미흡해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서울 종각 그랑서울에서 열린 ‘핀테크 데모데이’에서 오는 30일 오픈할 예정인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를 통한 보험상품 가입 시연회를 가졌다.

이날 시연회에선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핀테크 홍보대사 가수 겸 배우 임시완씨가 보험다모아를 통한 보험상품 가입 과정을 선보였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임 위원장이 시연 과정에서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상품을 선택‧가입했다는 점이다.

임종룡 위원장은 왜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을 선택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삼성화재의 자보상품 보험료가 보험다모아에 등재된 자보상품 중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현재 보험다모아에 자보상품을 등재한 11개 손보사 중 유일하게 CM(사이버마케팅)채널 상품을 등재한 보험사다. 나머지 10개 손보사는 모두 TM(텔레마케팅)채널 상품을 등재했다.

CM채널 자보상품이 TM채널 자보상품보다 4~10% 가량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삼성화재를 제외한 손보사들은 내년 1월을 목표로 CM채널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유는 또 있다. 보험다모아를 통해 온전하게 온라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상품이 적다는 점도 한몫했다. 보험다모아에 등재된 전체 207개 상품 중 지점 방문 및 TM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70종에 불과하다.

자보상품을 놓고 볼 때 현재로썬 보험슈퍼마켓의 본래 취지인 보험사간 가격 경쟁,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과 편의 증대를 위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 보험업계 안팎에선 금융당국이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의 출범을 강행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자보상품에서 알 수 있듯이 전체 보험업계가 동일선상에서 가격경쟁을 벌이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상품별 비교 기능 또한 완전히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출범을 했다는 것.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가 보험다모아 오픈 이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각 보험사가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에 적합한 상품을 내놓게 될 것이며, 시범운영 기간 동안 피드백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도울 장치가 마련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해결 과제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곳이 보험업계라는 점이다.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의 향후 관리 주체는 생명‧손해보험협회다. 보험협회가 회원사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결국 보험슈퍼마켓의 유지‧관리 비용 역시 보험사에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을 출범과 관련한 잡음은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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