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연구원, 보험료 거두는 방식 변경도 검토 필요

[보험매일=이흔 기자] 국민의 노후 보루인 국민연금제도가 재정적으로 장기간 지속할 수 있게 하려면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올리거나 보험료를 거두는 방식을 '부과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연구원 연구팀(정인영·김헌수 박사)은 '한국연금제도의 장기지속성 제고방안'이란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부분 적립방식으로 운영된다. 즉 직장 및 지역 가입자로부터 보험료를 거둬서 쌓은 연금 기금에 기금운용으로 거둔 수익을 더해서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렇다 보니 일정 기간 국민연금 기금규모는 커지지만, 장기적으로는 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보험료로 들어오는 돈보다는 연금지급액으로 나가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보험료율에 견줘 연금급여수준이 높은데다, 급속한 고령화로 말미암아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수의 증가속도보다 연금을 받는 수급자수의 증가속도가 더 빠른 탓이다.

국민연금 장기 재정 추계를 보면, 올해 500조원인 국민연금 기금은 당분간 계속 늘어나 2043년에는 2천561조원(2010년 불변가격 1천84조원)으로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이 막대한 적립금은 2044년부터 점차 줄어들다가 2060년에는 고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기금소진에 대비한 국가의 장기 재정목표와 목표달성을 위한 정책수단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안정화 문제는 연금개혁 논의의 단골 쟁점이다.

연구팀은 만약 현행대로 부분 적립방식을 유지한다면 기금고갈이 불가피한 만큼, 미래세대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다. 제도시행 첫해인 1988년 3%에서 시작했지만 5년에 3%포인트씩 두차례 올라 1998년 9%가 됐고 이후에는 같은 수준을 유진하고 있다.

이제껏 몇 차례에 걸쳐 보험료율을 올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국민적 저항에 부담을 느낀 여야 정치권이 머뭇거리면서 나중에 연금으로 돌려받는 이른바 소득대체율만 70%에서 60%, 다시 40%로 계속 낮추고, 보험료율은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 뒀다.

연구팀은 보험료율과 급여수준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 재정계산 추계기간 마지막 연도(2083년) 기준 '기금적립 배율 2배 이상 유지'를 목표로 설정할 때, 보험료율을 12.9%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연구팀은 다만 보험료를 인상하면 지역가입자나 저소득 사업장 가입자가 갑자기 늘어난 보험료에 부담을 느껴 보험료 납부를 회피하거나 체납하는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연구팀은 나아가 보험료율을 너무 빨리 급격하게 올리면 국민연금기금의 규모가 너무 커지는 이른바 '기금 공룡화'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급속하게 보험료율을 인상하기보다는 연금기금의 사회·복지투자를 통해 출산율과 고용률,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쪽으로 연금정책을 도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연구팀은 다만 결국에는 대부분 연금 선진국처럼 한해 보험료를 거둬서 그해에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현행 부분 적립방식에서 보험료율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기금고갈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부과방식으로 바꾸더라도 미래세대는 자신의 노후만 준비하면 되기에 보험료율이 높아지더라도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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