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판도 주도권은 제3세력에게·…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보험업계의 판도 변화를 불러올 ‘신용정보 보호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그 동안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에서 분산 관리되던 고객정보를 금융위원회가 주도해 설립한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구체적 행동 기준이 제시됐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이번 개정안이 보험업계의 실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우려와 금융위 주도하에 만들어진 ‘빅 브라더’의 등장, 이에 따른 업계 권력 구도 변화로 인한 혼란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8일 국무회의에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신용정보법은 오는 12일부터 시행된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큰 파장을 일으킨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추진되 온 정책으로 고객신용정보의 일괄적 관리 및 보호, 활용을 위한 법적 근간 마련과 금융업권의 행동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간락하게 개인신용정보 및 정보주체 보호 강화, 신용정보주체의 자기정보결정권 등의 보호 강화다. 또 하나는 그간 업권 협회별로 분산 관리되던 보험 고객 신용정보의 ‘신용정보집중기관’으로 이관 및 관리 및 이에 따른 신용조회업의 개편이다.

현재 보험업계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신용정보집중기관의 보험정보 관리다.

오래된 분쟁의 최종 결과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신용정보집중기관에서 관리될 정보를 두고 과거 보험업계에서 공방전이 일어난 바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당시 보험개발원은 생명·손해보험협회와 충돌을 빚었다. 갈등 발생 원인은 보험개발원이 순보험요율 산출을 위해 보험 가입자의 성명, 연령, 보험가입 내역, 주소, 주민등록번호, 보험료, 상해, 질병 등의 정보를 수집 활용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보 수집 활동이 협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당시 협회는 보험개발원이 필요 이상의 정보를 수집·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갈등은 사실상 권력 싸움이었다는 평가다. 순보험율 산출은 업계 판도를 주도할 보험상품의 보험요율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보험개발원은 국내 보험산업의 특성상 개별 보험사 차원에서 가격이나 지급준비금을 완전히 결정할 수 없는 가운에 순보험율 산출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당시 각 협회 역시 신용정보집중기관으로 선정돼 수집한 정보를 통한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보험개발원과 협회 간 갈등의 골을 쉽게 메워지지 않았고, 법적 자문을 근거로 자신들의 정보 수집 및 신용정보 집적 활동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결국 이 같은 신용정보집적 권한의 소재를 두고 양측의 소모적 갈등은 지속했으나 합리적 해결책은 대두되지 않았다.

절대적 권력자의 등장
보험개발원과 협회의 갈등은 원인은 간단했다. 정보 수집과 그 활용을 통한 업계 판도 주도. 사실상 보험업계의 절대권력자로 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태가 사실상 뚜렷한 결말을 내지 못하고 협회와 보험개발원이 각자의 노선을 걷고 있는 가운데 거론된 것이 금융위원회 주도의 신용정보집중기간의 설립이었다.

고객정보 보호차원에서도 새로운 기구의 필요성이 제시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014년 카드사 사태라는 범국민적 이슈가 불거졌고 금융위는 명백한 당위성을 확보했다. 결국 2015년 9월8일 보험개발원, 협회가 관리 활용하던 정보 모두는 금융위가 설립을 주도한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이 관리하게 됐다.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보험업계의 기존 ‘권력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보험업계 내부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해 온 협회와 보험개발원의 영향력 밸런스가 붕괴되게 됐다는 것. 업계 판도를 좌지우지할 판도는 사실상 금융위 주도로 설립된 신용정보집중기관이 쥐게 됐다는 평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빅 브라더’가 업계 내부에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험업계의 실무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외부에 신용정보집중기관에 생김에 따라 영업 및 상품 개발 등에 필요한 보험계약정보, 보험금지급 정보 등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의 기준이 될 순보험율 산출 등에 있어 애로사항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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