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충돌시험업무를 담당하면서, 충돌시험을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외부인이 흔히 물어보는 질문은 “어떤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이 좋은가요?”, “어떤 차가 안전한가요?”, “팀장님 차는 뭔가요?”이다. 안전성이 우수하고 연비도 좋고, 보험료 등 차량유지비용이 적게 드는 경제적인 차를 구매해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답변을 한다. 그러나 솔직히 필자가 3년 전에 구입한 차량은 안전성, 연비, 차량유지비용 등을 일부 고려했지만 디자인이 결정적인 기준이었다.

자동차는 이동의 수단으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며 단순한 이동의 수단을 넘어서 다양한 편리함과 즐거움을 제공한다. 때로는 과시의 수단으로 신분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래서 차량을 구입할 때 여러 가지 조건과 이유를 따진다. 몇 년 전부터는 다양한 종류의 수입차량을 선택할 수 있어 소비자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과연 국내 소비자의 자동차 선호이유와 구매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 리서치 회사인 마케팅 인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산차 소비자는 외관스타일과 안전성을 외산차 소비자는 연비와 외관스타일을 신차 구입의 선호이유로 꼽았다. 이는 향후 2년 이내 차량구입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다. 그런데 지난 1년간 새 차를 구입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구입이유를 조사해 보니, 국산차는 가격/구입조건이 압도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부각되었고 수입차도 TOP 5안에 들어왔다. 
 

 

선호기준은 “이상”과 “기대”에 따라 세우지만, 실제 구입은 “현실적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가격/구입조건”이 실제 차량구입 시 중요 이유가 된 듯싶다. 자세히 살펴보면 소비자의 실제 차량구입기준은 가격/구입조건, 연비 등 경제적인 요소를 크게 고려하고 있다. 구입 가능한 차량모델 범주 안에서 가장 효과적인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차량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는 자동차제작사의 신차 개발 및 판매 전략에 바로 반영된다. 최근 연비가 좋은 유럽산 디젤엔진 차량의 폭발적인 인기는 수입차 점유율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고, 국내 자동차제작사도 디젤엔진 승용차량을 개발하여 자동차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가 차량 구입 시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경제적인 요소 중 하나가 차량유지비용(CoO ; Cost of Ownership)이다. 유류대, 보험료, 세금, 소모품비, 유지보수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중 유류대와 보험료의 비중이 가장 크다. 특히, 보험료는 모델별로 등급이 있어, 등급에 따라 보험료가 차등 적용되는 제도가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모델별 충돌시험 결과와 손해율에 따라 사고로 인해 수리비가 적게 발생하는 모델은 보험료를 낮추고 높은 부품가격 등 수리비가 비싼 모델은 보험료를 높여 가입자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제작사의 신차 설계개선, 수리비 원가 인상 억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대상모델은 개인용 승용차(10인승 이하)에 해당되며, 자동차보험 자기차량담보에 한해 적용된다. 차량모델 등급평가 제도는 총 26개 등급으로 구성되며 16등급이 중간등급이고 등급이 높을수록 보험료를 적게 내고, 등급이 낮을수록 보험료를 많게 내게 된다. 보험개발원은 국내 출시되는 모든 국산 승용 신차에 대해 출시 이전에 충돌시험 등을 거쳐 평가하고 있다. 평가결과는 보험업계에 제공되어 보험료 산출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웹사이트(www.kidi.or.kr 또는 www.kart.or.kr)에 등급평가결과를 게시하고 있어 일반소비자도 조회할 수 있다. 증가하는 외산차량에 대해서도 국산차량과 동일한 충돌시험 평가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신차 선택은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에 의해 결정된다. 디자인도 중요하고 연비도 중요하지만 매년 부담해야 하는 자동차 보험료 등 차량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동차보험 차량모델 등급평가 결과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은 차량유지비용의 절감과 더불어 자동차제작사의 신차 설계 개선 및 수리비가 적게 드는 차량 개발을 유도하고, 보수용 부품가격 인상 억제, 외산차량의 수리비 상승 억제 등 결국 사회적 비용 절감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심상우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시험연구팀장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