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융복합 트렌드…‘전략적 판단’ 필요해

[보험매일=송현섭 기자] 앞서 보험업계에선 기존 은행과 증권사 위주로 운영돼온 금융복합점포에 보험사가 입점하는 문제를 놓고 큰 논란이 벌어졌다.

은행 및 금융지주계 보험사는 현행규제가 과도한 역차별이라며 고객편익 제고를 위해 방카슈랑스 25%룰이나 2인규제, 저축성 상품만 판매토록 하는 등 관련규제를 혁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장을 주도하는 전업 보험사들과 대형 GA를 중심으로, 일선 영업현장의 설계사들은 생계문제까지 거론하며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 전업사들, ‘유치산업 보호론’ 재탕
여야 정치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입김이 센 전업사들의 편을 들기는 했지만 업역별 칸막이 규제가 과연 형평성에 맞는 것이냐는 이해 관계자들의 끊임없는 충돌양상으로 전개됐다. 결국 금융위가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원하는 수요가 있다는 논리로 이를 추진, 오는 9월이면 금융 소비자들은 보험관련 업무처리가 가능한 새 형태의 복합점포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사실 다양한 보험 영업채널의 부상과 금융권역을 넘나드는 융복합 경향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08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방카슈랑스가 대표적인데,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대륙 선진국에 보편화된 보험 영업방식이자 고객 친화적 사업모델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도입당시 정부는 보험업의 높은 진입장벽이 한정된 국내시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같은 전업사들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이는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은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 등 수출 주력산업과 같이 국제화를 통해 해외시장의 적극적 진출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도 도입추진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전업사들의 주장은 산업화 발전단계에서 뒤쳐진 후진국이나 주장하는 ‘유치산업 보호론’을 되풀이하는 식으로 보인다. 도시국가에 불과한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보험 등 금융산업은 자국시장의 한계를 넘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국내 전업 보험사들은 국내만 벗어나면 애송이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큰 성공 위해 실패 두려워해선 안돼
규모가 크고 영업력도 강한 은행이 보험시장을 넘보면 안 된다는 논리는 기회균등과 경쟁을 보장하는 자유 시장경제의 어두운 그늘만 만들어낼 뿐이다. 최근 보험사 관계자들을 만나면 대개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저금리로 힘들다는 얘기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보험업계에서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과거 산업화를 위한 독재시절 업역마다 진입장벽을 쌓아주고 충분한 이익을 보장해주던 정부의 ‘빅 브러더’로서 역할은 위축되거나 아예 없어졌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성공은 불가능하다’는 누군가의 말을 포화된 국내시장에서 맹주지위만 누리겠다는 생각을 하는 보험사 경영진들에게 전하고 싶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골몰하고 변화에 대한 적응을 등한시하며 과감한 도전자를 비웃는 태도는 오히려 비난받아 마땅하다.

복합점포든 방카슈랑스든 금융의 융복합 경향을 비롯한 시장변화에 대해 공포심을 가진 보험사라면 무작정 두려울 수밖에 없다. 능동적인 대응에 나설 생각도 하지 않는 무기력한 보험사는 그동안 하던 식으로 계속할 뿐, 명확한 비전과 경영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양한 제도 및 수요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아무리 독점기업이라도 생존이 어려울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다 지금은 사라진 그룹들은 어느 한 순간에 무너졌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업계가 경쟁력을 확보한 뒤 과감히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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