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수원, 퇴임인사 ‘재취업’ 창구로 전락”

[보험매일=방영석기자] 금융감독원이 공직자의 재취업을 3년간 제한하는 공직윤리법이 적용되지 않는 보험연수원을 퇴임인사의 재취업 창구로 활용하고 있어 보험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보험업계는 최진영 전 금감원 부원장보의 보험연수원장 선임을 두고 금감원이 ‘관피아’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에도 퇴임 인사 ‘돌려막기’를 단행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보험업과 거리를 두고 있었던 인물인 최진영씨의 연수원장 선임으로 업무 전문성까지 잃었다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 “연수원, 금감원 퇴임 인사에게 귀중한 ‘재취업’ 창구”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연수원은 30일 오전 임시총회를 열어 최진영 전 금감원 회계전문 심의위원을 제 16대 보험연수원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당초 보험연수원장으로 거론됐던 허창언 전 금감원 보험담당 부원장보는 피 감독기관인 연수원장으로 부임하는 것이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으로 낙마했으나, 이후 보험과 연관성이 적은 최진영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신임 연수원장으로 선임됐다.

보험업계는 이번 인사로 금감원이 퇴임인사의 낙하산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공직윤리법을 교묘히 피해 연수원장 자리를 빼앗았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는 강력한 신임 보험연수원장 후보였던 허창언 부원장보가 금감원 퇴임인사의 ‘낙하산’ 인사를 막는 공직윤리법상 결격사유가 발생해 낙마했음에도, 업무 연관성이 적은 최진영 연수원장이 선임된 것에 대해 금감원이 ‘돌려막기’를 통해 연수원을 퇴임인사의 재취업 용도로 활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사로 보험연수원은 지금까지 생·손보협회 내부 인사나 보험업계 출신 인사를 연수원장으로 선임해 왔으나, 최진영 연수원장이 취임하면서 최초로 협회를 거치지 않은 금감원 출신 연수원장이 탄생했다.

보험연수원 노조가 소속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또한 지난 15일 성명서를 통해 금융권에서 행해지고 있는 낙하산 인사를 규탄한 바 있다.

금융서비스노조는 성명서에서 금융업은 은행과 카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등 각기 업권별 특성이 존재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업무 연관성이 없는 인사를 선임하는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서비스노조는 성명서에서 코리안리 상임감사로 이동한 조기인 전임 연수원장을 거론하며 임기를 1년 이상 남긴 상태에서 민간 상임감사로 이동한 조 연수원장의 인사를 낙하산 인사로 규정,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연수원은 퇴임 공직자의 업계 재취업을 3년간 제한하는 공직윤리법의 대상이 아니다”며 “금감원 퇴임인사 입장에서는 중요한 재취업 루트”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수원장으로 거론되던 허창언 부원장보는 보험연수원을 감독하는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낙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보험업계와 무관한 최진영 부원장보를 연수위원장으로 선임해 이 같은 논란을 피하면서 금감원 퇴임인사의 든든한 재취업 장소를 확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낙하산도 막지 못하고 전문성도 잃었다”
이번에 부임하는 최진영 신임 연수원장은 금감원 재임시절 증권과 회계·감리 업무를 주로 맡아와 보험업과 업무연관성이 적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는 이번 연수원장 선임을 통해 공직윤리법의 허점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관피아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공직윤리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보험연수원과 같은 기관의 경우, 금융당국 출신 낙하산을 막지 못할 뿐 아니라 업무와 무관한 인사가 등용돼 업무 전문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관피아 논란을 피해 증권통인 최 부원장보가 연수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결과적으로 공직윤리법으로 보험연수원의 금감원 낙하산을 막지도 못했고 오히려 연수원 업무의 전문성까지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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