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없고 설계사 생존권 문제 두고 ‘이전투구’

[보험매일=임근식 기자]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 복합점포 보험판매 허용문제를 두고 한 말이다.

대의(大義)는 이렇다. 금융당국의 복합점포 보험판매 허용 추진은 ‘보험소비자 편의성 제고’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은 사라지고 이제는 진영논리에 따른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소비자를 위해서…’ 운운하는 것은 명분쌓기에 불과할 정도로 의미가 퇴색되고 말았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복합점포 보험판매 허용을 저지하기 위해 설계사를 동원해 배수진을 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물밑작업을 통해 보험대리점협회에 GA소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복합점포 보험판매 반대서명운동을 벌일 것을 요청했고 보험대리점협회도 이에 흔쾌히 응했다. 같은 처지에 놓인 이해당사자간 연합전선을 형성해 금융당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GA업계도 나름 보험사에 믿는 구석이 있다. 대정부 또는 입법기관 로비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GA가 일정부분 역할만 해주면 이후에는 보험업계가 나서 해결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삼성이 가만히 있겠냐”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국내 최대 비은행계 생보사와 손보사를 거느리고 있는 삼성의 위용(?)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삼성의 로비력에 의지하는 한편 복합점포가 허용되면 ‘설계사가 다 죽는다’는 표현까지 등장시키며 극렬 반대에 나서고 있다. ‘히든카드’로 내민 것은 결국 설계사였다.

이에 관망하던 정치권까지 끼어들었다. 어쩌면 보험업계가 설계사 생계를 앞세워 정치권을 끌여 들였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40만 설계사의 힘은 실로 컷다. 국회의원들은 설계사를 외면할 수 없었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 정책세미나 개최이후 복합점포 보험판매 허용불가 기류가 형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정무위원회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그들은 ‘표’를 먹고 살고 40만 설계사는 유권자다.

돌이켜보면 복합점포 보험판매 허용 논의의 출발점에서부터 이미 소비자는 안전(眼前)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전자에 언급했듯이 그저 ‘밥그릇’싸움으로 비치는 게 모양 사나워 소비자 편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은행업을 영위하는 금융지주사는 수익내기가 어려워지자 ‘먹거리’ 확보차원에서 복합점포 보험판매를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반대로 보험업계는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허용불가를 외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 제도의 도입과정을 순수히 소비자입장만을 고려해 추진한다면 저항의 수위가 높다하더라도 이를 관철해야 할 것이고 특정 업권의 이해를 반영해 진행하고 있다면 분명 좌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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