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상품비교 사실상 불가능…타 업역에만 유리해

[보험매일=송현섭 기자] 올 들어 핀테크(Fin-Tech)가 금융권 최대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금융개혁을 위한 당국의 행보 역시 빨라지고 있다.

금융위는 보험분야 핀테크 과제로 오는 12월 오픈 예정으로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고객이 직접 다양한 보험상품을 온라인으로 비교·선택하고 가입까지 가능토록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세부적인 추진계획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 “복잡한 상품구조 단순비교 불가능”

첫째, 복잡한 보험상품을 단순 비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국내에서 판매·유지되는 보험상품들은 순수 보장형을 제외하고 진화를 거듭해 저축성과 보장성, 수익성 등이 복합된 다양한 상품과 각종 특약으로 보장범위에 변화가 많은 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보장범위와 구조가 복잡한 보험상품들을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불완전 판매를 조장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상품을 비교하려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이 있어야 하지만, 가입 및 계약자의 특성을 거의 제외한 채 보험료와 보장범위 등 특정사항만 놓고 엉성한 비교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당국은 불완전 판매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일축하며 각 보험사로 책임을 넘기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최종 계약심사(언더라이팅)는 보험사 고유의 역할이고 상품에 대한 충분한 안내 및 고지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식이다. 

◇ 투자중개 및 자문업 등 활성화에 초첨

둘째, 보험산업의 발전보다 투자중개 및 금융자문업 활성화를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보험 등을 전문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판매토록 하겠다는 것은 금융사로부터 독립된 금융상품자문업(IFA) 허용한다는 정부의 계획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점포를 찾아 금융상품을 추천받는 방식이 아니라, 독립 컨설턴트에게 상담을 받은 뒤 펀드나 보험슈퍼마켓 등에서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보험업계 일각에선 “영업채널만 하나 더 늘어날 뿐”이라는 푸념이 나오기도 한다.

더욱이 정부는 보험슈퍼마켓에서 구입한 상품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일괄 관리할 경우 추가 세제혜택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ISA는 보험과 연금, 예·적금, 펀드 등을 모두 단일계좌로 운용하는 것으로 일정기간 및 액수에 한정해 금융소득 비과세 혜택이 부여된다.

은행이나 증권 등에 비해 결제계좌를 운용할 수 없는 보험사들은 결국 ISA를 취급할 수 없기 때문에, 타 업역에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간과된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핀테크를 적용하는 것이 결국 업역 파괴의 성격을 띠게 될 것 같다”면서 “다른 업역에 비해 규제가 많은 보험사가 핀테크로 얻을 이익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선진국보다 서비스 질 떨어지지 않아”

셋째, 국내 보험서비스가 해외보다 낙후됐다는 막연한 고정관념이 깔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핀테크 산업 활성화 대책은 ‘해외직구’가 확산되는 와중에 중국의 알리페이나 미국 페이팔 등을 모델로 카드·PG사 등의 간편 결제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이후 미국 Venmo 등 기존 금융사가 아닌 비금융사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송금서비스 허용논의로 확대됐다.

또한 정부는 미국 찰스슈와브나 일본 Japan Net과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해 한국형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고, 미국·영국·일본처럼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이 가능토록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보험슈퍼마켓도 영국·미국·호주 등의 Aggregator를 모델로 구상됐다.

물론 성공한 해외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왜 문제냐는 지적이 나올 법하지만, 정작 해외 선진국에서 보험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해봤다면 국내 서비스가 훨씬 낫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련의 해외 핀테크 모델 도입은 정부가 국내 현실은 감안하지 않고 미국시스템 일변도의 금융개혁에만 매몰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의 보험 등 금융체제가 국내보다 우월하다는 고정관념이 문제”라며 “선진국에서 보험 등 서비스가 오히려 국내에 비해 낙후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독일·프랑스 등에선 방카슈랑스, 영미계 국가는 Aggregator 쏠림현상이 있다”며 “무작정 선진국 모델을 도입하기보다 국내현실에 맞는 보험사 비즈니스모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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