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지배구조 핵심…지분 우회확보에 역점

[보험매일=송현섭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원활한 그룹 경영승계를 위해 삼성생명 지분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6일 증권가와 보험권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오는 9월1일자를 목표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현재 0.06%에 불과한 삼성생명 개인보유 지분의 확대가 절실한 만큼 이번 합병도 삼성생명 지분 확보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삼성생명 주주현황은 이건희 회장이 지분율 20.76%로 최대주주이고 제일모직이 19.34%로 2대 주주이며 신세계·이마트가 8.07%, 우리사주조합이 1.62%의 지분을 갖고 있다. 특히 신세계와 이마트는 지난 21일 각각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3% 총 60만주를 시간외 장외거래를 통해 매각, 신세계·이마트의 지분율은 기존 11.07%에서 8.07%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 지분 0.06%로 삼성생명 경영권 확보

앞서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해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보유한 2.18%, 삼성문화재단이 갖고 있는 4.68% 등을 우회 확보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증권가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자체적으로 국내 1위의 보험사지만 그룹 지배의 핵심 고리”라면서 “제일모직의 삼성생명 지분 19.34% 보유가 사실상 이번 합병의 목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이 부회장이 막대한 상장차익을 거둔 삼성SDS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결국 이렇게 마련된 자금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 상속에 따른 비용이나 삼성생명·삼성전자 등 주력계열사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부문을 통합하는 사업조정 뒤 삼성SDS와 제일모직 양사를 나란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주목받은 바 있다. 대신 삼성토탈을 비롯한 화학 및 방산부문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빅딜로 현금을 확보하고, 사업구조 재편을 거의 마무리했다.

특히 이번 합병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단순해져 LG그룹을 비롯해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다른 그룹과 마찬가지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기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 등으로 이어진 순환출자 구조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계가 줄어들게 된다.

◇ 삼성물산, 지주사 역할 맡을 듯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삼성물산이나 삼성생명이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과 제일모직 이서현 사장 등이 업역별로 그룹을 분할한 점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부회장은 기존 제일모직 지분 23.2%에 합병이후 삼성물산 지분율을 16.5%로 높일 수 있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반면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현재 각각 동일한 7.8%의 제일모직 지분율에서 합병이 끝난 뒤 각각 삼성물산 지분 5.5%씩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합병의 최대 수혜자는 이 부회장으로 제일모직 최대주주를 십분 활용, 그룹 지주사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삼성물산 최대주주가 되고 삼성생명에 대한 영향력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일각에선 합병 뒤 총수일가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30.4%이 되면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추후 이부진·이서현 사장의 지분은 매각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직접 삼성생명 지분 확보에 나서지 않고 우회 추진하는 배경은 이건희 회장 개인지분이 많은데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문제도 거론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문제 여전

한 보험권 관계자는 “삼성그룹 경영승계에 앞서 CJ그룹이 2013년 신세계그룹이 최근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한 것은 이 부회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며 “이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상속자들의 역할이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이나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도가 그려지고 있다”면서 “일단 삼성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한 문제가 있어 계열사간 출자관계를 통한 우회적인 지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생명 0.06%, 삼성전자 0.57%의 지분을 보유중이나, 공익재단 6.86%와 제일모직의 19.3% 등 이건희 회장 개인지분 20.76%보다 많은 삼성생명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제일모직은 지분율 19.3%로 삼성생명의 2대 주주이며,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은 각각 7.21%와 4.06%씩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