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판매전문회사로 가는 길

보험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보험사가 상품개발과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식하는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바야흐로 보험상품의 개발은 보험사가, 상품판매는 판매전문회사가 각각 역할을 분담하는 이른바 ‘제판분리’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품판매를 전담하게 될 GA의 지위는 격상되고 역할은 커져가고 있다. 보험매일은 창간 21주년을 맞아 기획시리즈를 통해 GA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배상책임 질테니 계약유지비 달라”

[보험매일=임근식기자] 2008년 보험판매회사 제도 도입이 무산된 이후 최근 이 문제가 GA업계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와 보험연구원이 보험판매채널 제도개선방안 정책세미나를 열면서 보험판매회사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 되었다.

‘보험판매전문회사’가 ‘보험상품중개업’으로 이름이 바뀌어서 논의되었을 뿐 그 성격은 유사하다.

제도개선 내용은 보험상품중개업 제도를 도입해 가계보험을 주로 취급하는 GA와 기업보험을 전담하는 중개사의 영역을 허물어 자본금, 소속설계사수,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보험상품중개업자로 의무전환 한 후 금융회사의 지위를 부여하자는 것이 골자다.

기존 독립 판매채널이 보험사의 대리인이기 때문에 법적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 GA와 중개사를 ‘보험판매중개업’으로 전환을 유도해 손해배상을 비롯한 법적책임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이 안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미나 형식을 빌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보험상품중개업 제도에는 GA에 채찍과 당근책이 모두 담겨 있다.
채찍이라면 보험소비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판매자에게 묻겠다는 것이고 당근이라면 시장을 넓혀 주겠다는 것이다.

GA업계는 보험상품중개업 전환에 대해 조건부 찬성의 뜻을 표명하고 있다.
어차피 배상책임문제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중개시장까지 개방하면 침투력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판매영역이 확대되는 측면이 있어 이 부분은 긍정적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GA측은 배상책임 부분에서는 조건을 달았다. 배상책임을 보험상품중개업자에게 물을 때 불완전판매 유형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완전판매에 대해 책임을 부여할 경우 보험사가 모든 책임을 보험상품중개업자에게 전가할 수 있고 또 책임범위가 구체화되지 않으면 소송 등을 통해 시비를 가릴 수밖에 없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GA측은 배상책임을 묻는 대신 보험사에게 계약 유지비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사업비가 신계약비 35%, 유지비 65%로 구성되어 있고 실질적 판매자인 GA가 보험계약 유지·관리 업무를 맡고 있지만 유지비가 지급되고 않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과거 GA가 요율협상권을 얻어내고자 노력했던 것도 사실 계약유지비를 일정부분 할당해 달라는 요구에 상응한다.

보험사는 GA의 계약유지비 지급 요구에 정색한다. 신계약 수수료를 높게 지급하는 이유도 유지비가 수수료에 포함돼 있어 GA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중개업자 측은 보험상품중개업 제도 도입 반대기류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GA에 비해 자본 여력이 취약해 가계보험시장 진출이 어려워 자칫 실익은 없고 규제만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중개업계에서는 GA와 중개사가 각기 강점을 가진 부분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보험상품중개업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중개사의 반발, 대형 GA와 중소 GA의 입장차 등 이해당사자가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어 금융당국이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가 관련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지 방향이 정해진 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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