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보험사, 우리도 GA다

보험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보험사가 상품개발과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식하는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바야흐로 보험상품의 개발은 보험사가, 상품판매는 판매전문회사가 각각 역할을 분담하는 이른바 ‘제판분리’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품판매를 전담하게 될 GA의 지위는 격상되고 역할은 커져가고 있다. 보험매일은 창간 21주년을 맞아 기획시리즈를 통해 GA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기존 자회사형 GA 경착륙‘반면교사’

맞불작전 이랄까. 차라리 우리가 GA를 설립하자. 보험사가 GA에 휘둘리기 싫다는 표현을 온몸으로 보여주려는 듯 자회사형 GA 설립에 나섰다.

대형 GA의 견제라는 표면적인 이유외에 보험사들의 여러 계산법이 숨어있다.

보험사 전속설계사 조직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정비용 절감차원에서 자회사형 GA를 활용하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또한 직원 구조조정의 루트로, 때론 저능률 설계사의 퇴출통로도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카드로 삼고 있다.

전속설계사를 GA로 뺏기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 없어 차라리 전속설계사를 자회사형 GA를 통해 묶어 두자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2009년 메리츠화재를 시작으로 AIG, 동부화재, 라이나, 미래에셋생명이 GA시장에 진입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메리츠화재가 전액출자한 메리츠금융서비스는 2012년 25억 7,900만원, 2013년 11억 6,400만원, 2014년 10억 6,2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2009년 당시 강남대로변에 위치했던 본사도 지금은 ‘뒷 골목’으로 밀려나 사세(社勢)를 가늠케 했다. 여타 자회사형 GA도 메리츠금융서비스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다.

지금까지 손보사 위주로 자회사형 GA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생보사들도 GA진출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생보사 ‘빅3’로 불리는 한화생명이 이미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삼성생명도 조만간 얼굴을 내밀 태세다.

한화생명은 지난 2011년 3월 ‘퍼스트에셋코리아’라는 ‘전속형’ GA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올해 1월 자회사형 GA인 한화금융에셋을 출범시켰다.

한화생명은 퍼스트에셋코리아에 사무실과 관리직원의 급여 등 제반경비를 지원하고 생보상품은 한화생명 상품에 국한해 취급하고 있고 손보상품은 9개 손보사와 위탁제휴해 판매에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GA인 한화금융에셋도 퍼스트에셋코리아와 같은 판매방식을 취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자회사형 GA를 설립하더라도 한화생명과 유사한 형식을 띄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생보상품판매는 삼성생명 상품으로 제한하고 손보상품은 모두 개방해 취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은 자회사형 GA를 출범시켜 성과를 지켜 본 후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보험사 전속 설계사를 GA로 모두 이전해 판매회사를 분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대로 실패할 경우 미련을 버리고 자회사형 GA를 철수 한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GA설립을 놓고 전속 개인대리점과의 이해충돌로 인한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GA 설립에 나서고 있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GA의 도입취지는 가입자가 여러 보험사의 다양한 상품을 비교평가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이다.

그러나 보험사의 자회사형 GA는 자사 상품의 장점만을 집중 부각해 판매에 나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이는 계약자의 선택적 가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거 푸르덴셜생명이 2009년 자회사형 GA를 설립했다가 전속설계사의 반발로 철수한 사례, 그리고 기존 자회사형 GA의 경착륙. 자회사형 GA채널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보험사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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