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A의 태동과 불편한 동거

보험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보험사가 상품개발과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식하는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바야흐로 보험상품의 개발은 보험사가, 상품판매는 판매전문회사가 각각 역할을 분담하는 이른바 ‘제판분리’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품판매를 전담하게 될 GA의 지위는 격상되고 역할은 커져가고 있다. 보험매일은 창간 21주년을 맞아 기획시리즈를 통해 GA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우여곡절 끝에 '이춘근 체제' 안착

[보험매일=임근식기자]  2001년 7월 ING생명출신 11인이 모여 ‘KFG’라는 종업업지주체제의 회사를 설립해 삼성생명, 교보생명, AIA생명, 삼성화재 등 4개사와 위탁판매제휴를 맺고 보험상품을 소비자가 비교평가해 선택적 가입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게 국내 최초의 GA다.

이후 보험사와 판매제휴를 통한 진정한 GA의 취지에 부합하는 GA들이 속속 등장했다.

GA시장에 진출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기구도 필요했다. 협회설립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었다.

그러나 GA의 협회 설립은 관철되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GA 협회’의 설립인가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손해보험 개인대리점주가 주축이 된 대리점협회가 존재하고 있어 유사한 협회의 설립을 허가해 줄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대신 금융당국은 기존 대리점협회에 독립법인 대리점과 생·손보 대리점을 아우르는 통합을 제안했다. 그것이 2005년도 재출범한 ‘한국보험대리점협회’다.

통합대리점협회의 탄생으로 모든 대리점을 한 그릇에 담았으나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른 파열음을 내면서 불편한 동거가 계속됐다.

당시 협회장은 손보 개인대리점협회장을 맡고 있던 김소섭씨가 이어나갔지만 GA의 입장을 외면하고 보험사 입장을 두둔하면서 GA측이 ‘보험사 들러리’라며 회장을 신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협회는 내부의견 조율실패로 분열양상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대형GA 대표들이 규합해 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천지회’가 대표적인 예다. 천지회는 ‘천명이상 영업조직을 갖춘 GA협의회’의 약칭이다. 천지회는 협회 운영 전반에 걸쳐 GA의 입장을 대변하며 입김을 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보험업법 개정이라는 큰 이슈가 있었고 협회는 보험판매전문회사 허용을 목청 컷 외쳤지만 보험사의 반대에 밀려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고 말았다.

이를 계기로 대리점협회는 자기반성에 빠져든다. 협회가 회원사의 이익을 반영하기 위한 금융당국과 대정부 정책 로비기능의 부재로 스스로 무기력함을 인정해야 했다.

힘있는 ‘관피아’ 출신 협회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여기에 천지회가 나섰다. 그들에게 내려진 특명은 ‘관피아 인사 모셔오기’였다.

김소섭 회장에게 섭섭찮은 ‘전별금’을 손에 쥐어줘 물러나게 하고 금융감독원 국장과 손보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이춘근씨를 협회장으로 영입했다. 이때가 지금으로부터 2년전인 2013년 6월 3일이다.

이춘근 협회장 체제가 안착하자 천지회는 더 이상 협회운영에 간섭하지 않았다. 2014년 10월 천지회는 ‘대사모’라는 이름으로 개칭했다. 대사모는 ‘대형 GA 사장단 모임’을 뜻한다.

이 모임은 대형 GA사장단의 친목도모를 위할 뿐 협회에 그들의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다. 다만 협회의 지원군 역할을 맡았다.

현재는 대사모에는 13개 대형 GA사장단이 참여하고 있으며 인카금융서비스 최병채 대표의 바통을 이어 지금은 유퍼스트의 전 영 대표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춘근 협회장 체제는 순항하며 오는 6월3일 2년 임기가 완료된다. GA업계에서는 이춘근 협회장이 GA현안을 무리없이 해결해 왔다며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이춘근 협회장의 연임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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