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점포 보험 판매는 기정사실화 … 보험사 지급결재 허용은 감감 무소식

같이 굶으면 서로의 불만은 없다. 그러나 누구는 배부르고 누구는 배고픈 상황이라면 상대적 박탈감이 더해진다.

여기에는 불평등, 차별적 요소가 개입된다. 과거 민란(民亂)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출발점에는 차별과 불평등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복합금융점포에서 보험판매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금융위는 보험사 임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복합점포 확대방안’을 논의했다. 조만간 공청회를 열어 분위기를 한껏 띄울 것으로 보여 복합점포 보험상품판매 허용이 기정사실화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지난해 7월 복합점포를 추진하면서 보험판매 허용을 추진했지만 보험설계사의 반발과 방카슈랑스 25%룰 침해 등의 이유로 도입이 좌절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융당국이 밀어붙일 태세다. 금융업권간 장벽 허물기를 통한 소비자 이익 향상과 금융업계의 경쟁력 육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이에 보험관련업계가 밥그릇을 빼앗길 처지에 놓이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복합점포 보험판매에 대한 반대 이유는 과거와 다를 바 없다.

설계사의 입지가 불안해지고 보험업계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인식되고 있는 방카 룰 25%가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합점포에서 보험상품판매가 허용되면 방카 룰은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은행점포에서 방카 25%룰을 초과할 경우 복합점포를 통해 판매하면 아무 문제가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사만큼 속타는 곳이 GA업계다. GA는 설계사 조직을 무기로 대면채널을 주도해 나가고 있지만 예상치 않은 복병을 만났다. GA는 은행과 증권사 지점을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할 경우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GA업계는 복합점포의 보험판매를 저지하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할 태세다.

GA업계에서는 은행 복합점포에서 방카 25%룰을 넘어설 경우 초과된 계약을 복합점포로 넘겨 계약을 유치할 것이고 이는 경유계약에 해당되는 불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판별할 방법이 없다며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짚고 있다.

보험업계의 걱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복합점포 보험판매가 보장성 보험으로 제한될 예정이지만 향후 자동차보험과 변액보험으로 순차적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의 불만은 일방적으로 보험업 영역만 타 금융권에 내주고 있다는 것에 있다.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어야 하건만 보험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지급결제 허용문제는 길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은행과 증권업계와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지급결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급결제를 전 금융권에 허용하면 고객 주거래 계좌 유치 경쟁이 발생할 것이고 그 경쟁의 결과물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정작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와 업권간 경계허물기라는 대의를 내세우며 복합금융점포 보험판매허용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험업계가 정당한 경쟁을 위해 요구하는 지급결제 업무 허용문제는 회피하는 눈치다. 은행권이 필사의 로비를 통해 당국의 입을 막아버린 듯하다.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의 이런 이중적인 행태를 문제 삼고 있다.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이 일방으로 쏠린다면 금융산업의 균형발전은 요원해지고 ‘금융업권간 장벽 허물기를 통한 소비자 이익 향상과 경쟁력 육성’이라는 대의명분은 가치를 상실할 것이다.

누구나 자기 밥그릇은 지키려 애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그 밥그릇에 담긴 밥을 덜어 가면 불만이 생긴다. 뺏어간 만큼 거기에 상응하는 무엇인가가 주어진다면 모르겠지만.

과거 민란의 역사는 차별과 불평등의 산물이었다. 금융당국이 상기해봐야 할 대목이다. 이미 차별과 불평등에 의한 불만의 싹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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