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소비자와 업계에 실효성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

너무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 했다.

금융당국의 정책이 의욕이 과해서 일까. 현실감각이 부족해서 일까. 금융당국의 정책에 보험업계가 이를 수용하고 따라잡기에 힘겨워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신제윤 전임 금융위원장이 핀테크를 주창하고 나섰다. 갑자기 금융가에 금융과 IT를 융합이라는 핀테크 바람이 몰아닥쳤다. 마치 시대의 대세인양 편승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분위기였다.

보험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핀테크의 도입을 주문하고 보험업계도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상황. 그러나 보험에 핀테크를 어떻게 접목시켜야할지 난망해 했다.

“뭐가 핀테크지?” 핀테크에 대한 뚜렷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했다. 온라인을 활성화하는 것이 핀테크라고 나름 정의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험업계에서는 핀테크를 두고 신제윤 전임 위원장이 임기 막바지 치적쌓기용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이제 신제윤 위원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전임자의 정책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핀테크도 육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작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에 핀테크를 요구한다면 핀테크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저 보여주기식 정책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에는 금융위가 보험가입절차를 간소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가입시 무려 30여군데나 필요한 서명절차를 대폭 줄이겠다고 나섰다.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실제로 보험 소비자가 수많은 서명과정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정작 이렇게 복잡하고 많은 서명 절차를 만든 장본인이 금융당국이라고 말한다. 과거 약관상의 내용이 불분명하다며 분쟁발생 소지가 많다며 당국의 지시에 의해 내용을 구체화하고 명확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서류가 필요하고 서명횟수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라는 대전제 아래 ‘소비자 편의성’을 내세우며 절차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당국의 정책 일관성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보험사는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약관을 만들고 서류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은 소비자 편의성에는 기여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실한 가입절차로 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생기고 분쟁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어찌 금융당국이 부실을 부추기겠는가. 분명 합리적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추구하는 방향이 소비자 민원과 분쟁의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보험업계의 현실인식도 무시해선 안된다.

보험사들이 쉬운 약관과 간편한 가입절차를 만들면서 내용도 명확하게 규정해 금융당국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분쟁의 싹을 없앨 수 있다면 더없이 좋으련만.

소비자를 향하는 금융당국의 뜻은 참으로 가상하다. 그러나 보험소비자와 보험업계 모두에게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의욕이 지나치면 자칫 헛발질할 수도 있다. 과유불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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