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이흔 기자]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1%대 시대를 맞게 됐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만큼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전 세계적인 통화전쟁 상황에 대응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12일 기준금리를 종전 연 2.00%에서 1.75%로 인하하기로 했다.

작년 8월과 10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8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끌어내린 것이다.

쉽게 말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와 재정·예산·세제 등 모든 경제정책을 총투입하고도 경기가 살지 않자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편 것이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1%대로 내려온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경제상황이 엄혹하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의 통화·재정당국을 최근 당혹스럽게 한 부분은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으로 내려가 버린 물가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0.52% 올랐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0.8%에 이어 3개월째 0%대로, 절대적인 수준으로 보면 0.3%를 기록한 1999년 7월 이후 15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담뱃값을 2천원 올린 데 따른 물가 인상 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면 마이너스(0.52%-0.58%)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좀 더 긴 안목으로 보면 2008년 금융위기와 뒤이은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금통위 결정을 제외하면 한국의 기준금리가 가장 낮았던 시기는 2009년 2월부터 시작된 2.0%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급속히 침체로 빠져들자 한국은행은 2008년 8월까지 5.25%로 올렸던 금리를 단 5개월 만에 3.25%포인트나 끌어내린 바 있다.

뒤이은 유럽 재정위기가 어느 정도 안정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자 한은은 2010년 7월을 기해 금리 인상 모드로 전환했다.

2011년 6월까지 5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기준금리는 3.25%까지 올랐다.

한은은 하지만 1년여가 지난 2012년 7월을 기해 다시 금리 인하 모드로 접어들었다.

2012년 10월과 2013년 5월 등 3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기준금리를 2.5%로 만들었다.

2013년 5월 금리 인하는 타이밍과 모양새 모든 측면에서 좋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은은 아베노믹스 등 글로벌 통화전쟁과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와 정책공조 등 명분을 내세웠지만 선행 신호를 시장에 주지 못해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타이밍도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달 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며 강력한 재정정책을 구사할 때 가만히 있다가 뒷북 통화 완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경기 침체 과정에서 한은의 안이한 대응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선진국이 제로 금리를 불사하며 부양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은은 유독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실기했다는 비판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침체 상황에서 미국 경기만 유독 호조를 보이는 디커플링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미국 금리 인상이 임박한 가운데 한국은 뒤늦게 금리를 내리게 됐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로 내려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이라면서 "더 많은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