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에 자율 주되 인사로 평가…기업구조조정도 탄력

[보험매일=이흔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취임하면 금융당국이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금융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상당 부분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업권간 칸막이는 대대적으로 낮춰 경쟁이 더욱 치열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금융계 관계자는 24일 임종룡 내정자의 정책방향을 이같이 내다봤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금융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는 임 회장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였다"면서 "공적·사적인 자리에서 관련 규제 완화 필요성을 여러차례 언급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범금융사 최고경영자(CEO) 대토론회에서 금융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 완화 발언은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강한 수준이었다"면서 "건전성 규제 완화에 대한 임 내정자의 의지를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는 지난 3일 금융사 CEO 대토론회에서도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감원장 등 108명 금융 CEO를 앞에 두고 건전성 규제 완화를 화두로 제시했다.

그는 "건전성 규제의 경우 금융회사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는 데도 금융당국이 너무 걱정하고 있다. 국제기준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면서 "건전성 규제는 대폭 완화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건전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금융회사가 망하는 만큼 금융사 스스로 관리하니 당국이 이래라 저래라 나서지 말라는 의미다.

이런 발언은 임 내정자가 내정 사실이 발표된 직후 강조한 '자율과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완화와도 연결된다.

금융사에 더 많은 자유를 주고 경쟁을 촉발시켜 금융산업을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임 내정자는 농협금융 회장 재직시절 농협금융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을 큰 폭으로 낮추는 성과를 낸 바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도 "당국이 진정으로 규제를 완화하려면 건전성 규제를 건드려야 한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도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강조한 부분이자 가장 큰 업적 중 하나가 은행과 증권 등 금융업권 간 벽을 허무는 것이었다"면서 "이런 부분은 정책에 대한 신념인 만큼 앞으로 정책에도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에서는 임 내정자의 회장 재직 시절 가장 큰 업적으로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꼽고 있다.

임 내정자가 회장으로 재직중이던 2013년 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NH투자증권을 증권업계 1위로 올려놨다.

이로써 농협금융 내에 은행 부분의 비중이 줄고 증권 등 비은행 비중이 늘면서 금융지주사로서 면모를 갖추게 됐고 신한과 KB국민, 하나, 우리은행 등이 주도하는 금융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임 내정자는 이를 토대로 업권간 칸막이를 없애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주력했다.

농협금융이 은행과 증권간 칸막이를 허문 국내 1호 복합점포를 낸 것도 임 내정자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임 내정자는 '다른 금융사보다 먼저 복합점포를 내라'고 지시, 상대적으로 느린 농협금융이 여타 은행권보다 앞서 금융규제 개혁의 과실을 얻게 됐다.

복합점포를 방문한 고객은 다른 영업창구로 이동하지 않고 한 장소에서 은행과 증권 상품에 가입할 수 있으며, 공동 상담실에서 은행·증권 양사 직원이 공동으로 제공하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업권 간 칸막이를 허물어 경쟁을 촉진하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방향과도 궤를 같이한다.

금융당국 내외부에서는 온라인상에서 증권과 보험 상품 판매를 전담하는 금융상품판매 전문회사를 출범시키는 등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고 판매 부분에서 금융권역을 허무는 등 규제 완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임 내정자는 또 금융지주회사 체제의 순기능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주회사는 자회사간의 시너지 전략을 세우고 주요 포인트만 점검하면 구체적인 경영은 자회사에 맡기는 방식이다. 지주회사는 추후에 성과를 토대로 인사로 반영하겠다는 견해다.

취임 직후 농협중앙회로부터 인사권과 경영권을 확보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강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임 내정자가 공무원 재임 시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분야가 기업구조조정"이라면서 "이 분야는 법 규정 하나까지 다 꿰고 있는 만큼 상당한 전문성이 발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는 1997년 IMF위기 때 재정경제부 기업구조조정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상업·한일은행 합병과 대우그룹 해체를 이끈 바 있다. 증권제도과장 재직시절에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다만 규제를 무조건 완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2010년 기획재정부 차관 시절 외환시장 3종세트(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외환건전성 부담금·은행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마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임 내정자가 금융위 국·실별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면서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내정자의 현장 경험을 더하는 방식으로 점차 정책 방향을 구체화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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