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자기반성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

보험사에게 금융당국은 두려운 존재다.

금융당국이 금융업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금융업계가 문제점을 노출했을 때 과감하게 칼을 들이대는 것은 금융당국의 고유의 권한이자 기능이고 온당한 처사다.

그러나 업계의 입장을 고려치 않고 일방적인 요구를 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최근 금융위는 각 금융협회에 계약관련 고객 지문정보를 파기하라고 지시하면서 원성을 사고 있다.

금융당국의 일반적 조치에 보험업계가 불만이 가득하지만 드러내 놓고 조직적으로 반발하지 못하고 당국의 눈치를 보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문정보 파기를 감독할 뿐 파기 계획은 협회에 떠넘겼다. 협회가 총대를 메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결국 파기과정에서 조금의 문제가 발생해도 협회가 덤터기를 써야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장기계약이 많아 고객들의 지문정보를 파기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음에도 금융당국이 이를 고려치 않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탁상행정’을 비난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지문파기 방안 수립에 나서고 있다.

지난번 KB금융의 LIG손보 인수승인과정에서도 금융당국의 금융권 ‘길들이기’ ‘손보기’라며 관치(官治)로 다스리려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KB금융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인수불허’ 카드까지 만지작 거리는 최악의 상황까지 연출됐었다. 금융당국은 KB사태의 책임을 물어 전반적인 경영 개선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내세웠다.

그러나 결국 사외이사 일부 사퇴와 나머지 사외이사의 오는 3월 전원 퇴진이라는 초라한 성과만을 거두고 인수를 승인했다.

LIG손보가 인수지연으로 영업 전략을 확정하지 못해 고객들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며 노조까지 나서 금융당국의 인수승인을 압박하는 등 업계 여론이 비등하자 이에 떠밀려 승인을 허락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과거에도 금융당국의 지나친 간섭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경험이 있다.

금융당국은 금감원에 접수되는 민원의 절반 이상이 보험 부문이라며 민원 건수를 절반으로 줄이라는 목표를 할당해 준 적이 있다.

물론 보험업이 타금융권에 비해 민원이나 분쟁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보험상품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고 보험사의 민원줄이기 노력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다. 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융당국의 의지는 높이 살만 하다.

그러나 이 정책은 악성민원을 상습적으로 제기하는 이른바 ‘블랙컨슈머’의 먹잇감만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금융당국의 ‘하명’에 보험사는 민원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블랙컨슈머’는 이를 노리고...

물리적인 방법 동원으로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물리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왜 세계적인 보험회사가 나오지 않냐’고 정부가 보험업계를 향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그걸 방해하는 주체가 혹시 금융당국이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지나친 간섭과 규제가 보험사를 앞길을 막고 있는 건 아닌지 금융당국의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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