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구조조정은 최후의 선택

연말에 흉흉한 소식으로 손보업계가 뒤숭숭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메리츠화재 임원 대거 퇴임과 함께 인력 구조조정설이 난무하더니 26일에는 온라인 자동차보험 하이카다이렉트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모회사인 현대해상으로 흡수합병을 결정했다는 우울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여기에 끝나지 않을 조짐이다. 어쩌면 시작인지도 모른다.
손보업계가 조직과 인력 구조조정이 ‘지금부터’라는 목소리가 날로 힘을 얻어가고 있다.

손보사들이 어렵긴 어려운가 보다. 손해율은 잡히지 않고 보험료인상은 정부 정책차원에서 손도 대지 못하고 그에 따라 경영은 어려워지고...

그렇지만 직원들의 밥그릇을 거두는 것은 깊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할 듯하다. 기업도 생존해야 하지만 그들도 생존해야 한다.

구조조정 얘기만 나오면 그들은 좌불안석이다. 내가 떠날지 내 옆의 동료가 떠날지, 서로 마주하기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도무지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는 한 보험사 직원의 말은 그들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함축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며칠 전 해임통보를 받은 한 보험사 임원은 “갑작스런 통보에 그야말로 멘탈이 붕괴됐다. 퇴임 소식을 접한 이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먹먹할 뿐이다”라고 전해줘 그 충격의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감지 할 수 있었다.

사실 임원의 경우 속된말로 임원정도 해봤으면 할 만큼 했으니 퇴임하더라도 미련은 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직원들의 경우 사정은 다르지 않나.

올해 생보사 직원 수천명이 자기 자리를 비워줬다. 그들이 ‘희망’하지 않았지만 ‘희망퇴직’이란 명목에 몇 년 치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수년에서 10여년씩 몸담았던 직장을 뒤로해야 했다.

보험사가 경영의 어려움을 인력감축으로 해결하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험사 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일 수도 있다. 눈에 띄게 당장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업의 적자란 얘기만 나오면 곧이어 인력감축 얘기가 무슨 패키지 마냥 따라 다닌다.
기업이 적자를 예상하고 인적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현재 적자구간에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기업경영이 어려우면 경영합리화조치를 내놓고 이를 통해 적자를 해소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력에 손대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요 피치 못할 선택이어야 한다. 최악의, 최후의 순간 뼈를 깎는 심정으로 말이다.

어쩌면 지금도 직원들의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을 쥐고 있는 자가 ‘살생부’에 이름을 써내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직원 밥그릇을 함부로 차지마라. 그들의 피와 땀이 거름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건만 그들이 떨고 있다.
손보사의 내년도 사업계획서에 ‘인력감축’이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을까. 진정 직원이 희망하는 희망퇴직을 받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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