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임근식기자] 나는 눈이 오면 마음이 설렌다. 아직 그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모두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최고의 크리스마스로 여긴다. 모두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한다.

기상청이 12월 24일 눈이 올 것으로 예보하면 TV앵커는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멘트를 어김없이 날린다.

눈이 쏟아지는 12월 중순 어느 날, 나는 현대해상 박재석 팀장을 만나기 위해 광화문으로 향했다. 시청역 인근에서 광화문까지 걸어서 갔다. 눈을 맞고 싶었다.

약속장소인 커피숍에 도착했다. 널찍한 쇼윈도를 통해 눈 내리는 바깥 정경을 그대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박 팀장과 마주했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가는 데 그가 연신 창밖을 쳐다보는 것이다.

‘저 친구도 눈을 좋아 하는구나’. 그런데 창밖을 쳐다보는 그의 시선 속에 걱정이 담겨 있는 것이다. 나는 걱정스런 그의 눈빛의 의미를 물었고 박 팀장 왈, “오늘 교통사고 많이 나겠는데요”. 아차! 그제 서야 그 눈빛의 행간을 읽었다. 그는 손보사 직원이었고 사고율이 높아지면 손해율도 상승한다는 것을...
요즘 손보사들이 높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몸서리 치고 있다. 손보사의 손해율을 갉아 먹는 주범은 자동차보험이다. ‘팔아봐야 손해’라는 말이 엄살이 아니다. 

특히 12월은 손보사에 ‘잔인한 달’로 기억된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월별사고율은 12월이 26.5%로 가장 높았다. 올해도 유난히 추운 날씨가 이어지며 차량 배터리 방전으로 인한 출동서비스도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다. 당연히 긴급출동 서비스 건도 연중 최고다.

기름값이 떨어지면 다들 좋아 할 줄 알았건만 손보사 손해율에는 오히려 ‘독’이라고 한다. 유가가 싸지면 자동차 운행률이 높아져 사고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논거에서다.
높은 사고율은 고스란히 손해율로 이전된다. 2014년 10월 삼성, 현대해상, LIG, 동부, 메리츠 상위 5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평균이 90%를 넘어섰고 11월에도 악화를 거듭했으며 12월에는 10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손해율이 70%중후반대를 유지해야 ‘본전 장사’라고 하는데 적자 구간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말 자동차보험 영업 적자가 1조원을 넘어설 거라는 우울한 소식까지 들려온다.  
그렇다고 보험사 입장에서 자동차 보험을 안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동차 보험을 팔아야 연계된 상품을 팔수 있기 때문이다. 고육책으로 중소사들은 아예 ‘덜 팔기 작전’에 나서기도 한다.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국민 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정부의 ‘통제대상’ 이어서 손보업계의 입장을 관철시키기에 어려운 상황이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손보협회 장남식 회장은 자동차보험 적자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종합적인 개선 과제를 발굴하여 향후 관계부처 등과의 협의를 통해 자동차보험 경영정상화를 꾀하겠다고 나섰다.

장 회장은 먼저 경미사고 보험금지급 가이드라인 마련과 외제차 부품비용 절감 및 렌트비 합리화, 추정수리비 지급기준 마련 등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개선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렇듯 손보협회와 손보사가 자동차보험 손해율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나도 보험업계와 매일 살을 맞대고 산다. 나는 보험업계와 ‘동행’하는 동안만큼은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방문’한다 해도 설레는 마음을 거두고 그 눈을 바라보며 손보인들의 마음을 헤아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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