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개선유도에도 '제자리 걸음'

[보험매일=임근식기자] 금융당국이 불완전 판매로 인한 보험소비자의 피해와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험약관의 ‘쉽고 명확한’ 개선을 유도하고 있으나 보험사들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7만8000여 건의 민원 중 보험업계의 민원 비중이 전체 금융권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최악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중 생명보험 민원이 2만1540건, 손해보험 민원이 2만323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험소비자가 약관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고 보험설계사 또한 판매하는 보험상품의 약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상품의 허위·과장이나 주요내용의 설명누락 따른 불완전 판매로 인해 분쟁이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일 취임한 금융소비자연맹 문정숙 회장은 “금융소비자가 가입할 금융상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보험이 약관도 복잡하고 용어도 어려워 소비자와의 분쟁이 많다”며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해 약관 개선을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바라봤다.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 기준치 미달에도 개선의지 부족
금융당국은 보험회사들이 보험약관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만들도록 유도하고자 지난 2011년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 제도를 도입해 매년 두 차례씩,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보험소비자와 설계사를 대상으로 회사별 보험상품의 평가를 시행했지만 결과가 기준치 60점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보험사들의 약관에 대한 개선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이 약관이해도 평가결과에도 보험사들의 약관 손질에 나서고 있지 않는 것은 이 평가를 통해 보험업계 전체 성적만 공개하고 각 회사별 평가점수는 비공개로 함으로써 개별 보험사의 성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개선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보험약관이 보험소비자에게 쉽고 명확한 정보제공이 보험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보험사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단체관계자는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 제도는 보험약관이 너무 어렵고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워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많아 이를 개선하고자 도입하는 제도”라며 “평가 결과가 보험사 약관 개선에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를 금융위원회가 보험개발원을 평가기관으로 지정해 운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약관 이해도 평가를 소비자의 시각에서 보고 개선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 유관기관에 맡겨 평가를 한다는 것은 결국 보험사의 시각에서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다”며 “이 제도는 보험사와 관련 없는 소비자단체에 맡겨 객관성을 확보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의 강력한 개선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보험금 지급문제도 약관이 빌미 제공
한편 현재 법정다툼으로까지 진행된 자살보험금 지급문제도 약관상의 빌미로 문제가 발생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재해사망특약 약관에 가입후 2년이내의 자살은 일반사망금이 지급되지만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약관상 문구를 보험사측에서는 ‘2년이 경과하면 재해사망금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명시’하지 않아 일반사망으로 봐야 한다며 재해사망으로 인정하지 않고 일반사망금을 지급해 분쟁으로 치달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단체에서는 약관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울 때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 작성자에 불리하게 재해석해야 한다는 과거 대법원 판례까지 내세웠지만 보험사는 보험약관을 둘러싼 해석의 차이가 있어 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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