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이흔 기자]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 마감일이 이틀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의 4번째 우리은행 민영화 시도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수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없다.

국내 자본중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교보생명이 인수전 참여여부를 결정하지 못한채 갈팡질팡하고 있고 중국의 대형보험사인 안방보험이 움직인다는 설이 돌지만 실제로 참여할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이와 관련 "여러가지 설이 나돌고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있지만 일단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매각 무산 가능성 우세

금융당국은 우리은행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선택했다. 경영권이 주어지는 지분과 재무적 투자만 가능한 소수지분을 따로 매각하는 '투트랙(two-track)' 방식이다.

경영권 매각 지분은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 56.97% 중 30%(2억288만3512주)다. 나머지 소수지분(26.97%)은 희망 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입찰자 순으로 지분의 0.5%에서 10%까지 매입한다.

경영권 매각 지분에 대한 예비입찰과 소수지분 매각 본입찰 마감은 28일이다.

경영권 매각은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온갖 설만 난무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18일 이사회, 25일 경영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교보는 오는 27일에 다시한번 경영위원회를 열어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그러나 교보 안팎에서는 이런 행보가 '발빼기 수순'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교보생명이 신창재 회장 개인 대주주 회사라는 점에서 자칫 특혜 시비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 당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교보 자체가 3조원으로 추정되는 매입자금을 동원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은행이 외국계자본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한 당국이 교보측에 인수전 참여를 말렸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당국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면서 부인하고 있다.

또다른 후보로 주목받던 곳은 중국계 안방보험이다. 생명보험, 자산관리 등 종합보험금융 업무를 취급하는 안방보험은 자산만 7천억위안(한화 약 121조원)이나 되는 대형 종합보험사다. 지난달에는 뉴욕 맨해튼 랜드마크인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을 19억5천만달러(약2조1천억원)에 사들여 자금력을 과시했다.

안방보험은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국내 파트너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국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당국의 규제 등을 이유로 포기했다는 설도 금융권 일각에서 나돌고 있다.

이외에 대만의 한 자본, 미국계 사모펀드 등의 입찰 참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효경쟁 성립이 어려워 이번 우리은행 매각은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당혹감 속 "기다려보겠다"…벌써 '책임론' 솔솔

금융위는 28일 예비입찰이 성사되면 내달 중순께 본입찰을 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내년 상반기중 우리은행 매각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 시나리오가 진행된다면 경남·광주은행(1단계) 및 우리투자증권[005940] 등 6개 증권계열 (2단계) 자회사 매각에 이어 작년 6월에 발표됐던 3단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이 완성된다.

금융위의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시장분위기로 볼 때 매각 여부를 확실할 수 없지만 아직 날짜가 남은 만큼 기다려보겠다"며 "이번에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을 종료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위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번 매각계획은 금산법으로 인해 기업자본이 인수전에 참여할 수 없고 우리은행의 덩치가 너무 커서 현재 금융계 구도상 어차피 한계가 있다"면서 "외국계 자본에 반감이 큰 국내 정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예비입찰이 무산되면 추후 계속 추진여부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중심으로 진지하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실무진에서는 "솔직히 무산에 대비한 플랜 B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상용 공자위원장은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유찰되면 30% 지분을 경영권 지분매각으로 (한번 더 추진)할지, 희망수량 경쟁입찰로 전환할지 시장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은행 매각에 실패할 경우 현 정부의 매각 추진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여건이 1~2년새 크게 좋아질 가능성이 없고 인수전에 뛰어들 여력이 있는 업체가 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더욱이 이번 인수전이 실패하면 책임론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소수지분 매각 '무난' 전망…민영화 실패 차기 CEO구도에 영향주나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 지분과 달리 소수지분 매각은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사주조합을 중심으로 거래 기업과 기관투자자 등을 사모펀드로 결성, 오는 28일 이뤄지는 소수지분 입찰에 뛰어든다.

매입 목표 규모는 4천500억원, 지분으로 따지면 3~4%다. 입찰에 참여해 콜옵션(1주당 0.5주를 살 수 있는 권리)을 포함한 소수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과거 3차례나 우리금융지주 지분인수를 추진했다 실패한 새마을금고도 소수지분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은행 지분인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며 "예전만큼 적극성은 없지만 상당히 관심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는 현행법상 상호금융사의 제1금융사 인수가 어려운 만큼 우회적으로 소수지분을 매입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향을 고심중이다.

우리은행의 매각 성패가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구도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애초 이순우 행장의 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현직 임원 가운데 이광구 개인영업본부 부행장이 차기 행장 후보로 급부상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 행장의 옛 상업은행(옛 한일은행과 함께 우리은행의 전신) 후배인 이 부행장은 은행 경험이 풍부하고 '내부 출신' 행장 후보라는 명분이 서는 데다 '서금회(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출신 금융인 모임)' 회원이라는 점에서 유력하지 않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이 행장이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에 선임될 때 제시한 목표가 '민영화 성공'인 만큼, 결과적으로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매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이 행장에게 묻지 않겠느냐는 식이다.

우리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이런 예상에 대해 "경영권 지분 매각 실패가 전적으로 이 행장 잘못도 아니고, 증권계열 매각과 지방은행계열 매각 등 나름의 공로도 있다"며 "행장으로서의 중량감이나 리더십 등을 고려할 때 이 행장이 연임하는 게 조직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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